군대 시절 GP(Guard Post)와 GOP(General Outpost)에서 근무한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휴전선 안에 있는 감시 초소와 남방한계선 철책선 소대단위 초소를 일컫는데, 24시간 경계를 서며 북한군 기습에 대비하도록 한다. 늘 비무장지대를 감시하며 적의 동태를 살피는 게 주 임무다.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는 한국전쟁 휴전 협정(1953년 7월) 당시 만들어진 구역. 남·북한은 휴전선으로부터 각각 2㎞씩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비무장지대 없이 양쪽 세력이 맞닿아 있으면, 군사적 충돌 발생 위험성을 높인다는 데서 이뤄졌다. 자칫하면 큰 사태를 일으킬 수 있어 비무장지대 역할은 아주 크다.
초소에서 경계를 하며 날을 지샌 후엔 어김없이 닭 대신 꿩이 아침을 알렸다. 이면에선 작전과 훈련 등 군사적으로 치열한 양상을 띠지만, 겉으로 보기엔 평화스러움 자체였다. DMZ는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통제했던 만큼, 환경 오염이나 파괴를 찾아볼 수 없다. 자연상태를 잘 보존하고 있는 비무장지대에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를 때면, 고향생각에 아련히 젖기도 했다. 아무튼 DMZ 얘기가 나올 때마다, 문득 군 생활을 떠올리며 '평화'란 과연 무엇인가를 묻게 한다.
인천시가 북한 접경지역인 강화도 일대를 '평화'를 주제로 한 관광명소로 조성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한 '2023 DMZ 평화테마 공연 페스타' 공모사업에서 1위로 선정돼 국비 7억원을 확보했다. 올해 처음 추진된 이 사업은 DMZ 인근 구역의 생태문화자원과 문화예술·체험행사를 연계해 평화관광 명소로 만드는 계획안이다.
시는 오는 8월이나 9월엔 'DMZ 평화i랜드 뮤직페스티벌'을 열 예정이다. 강화도 일대에서 대규모로 음악축제를 개최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것도 '평화'를 매개로 DMZ 부근에서 큰 무대를 펼친다는 데 의미를 갖는다. 하반기엔 'DMZ 평화의길 테마노선 강화코스'를 개통할 계획이다. 아울러 DMZ 접경지역 걷기·방문인증 이벤트·지역관광 홍보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마련한다.
평화통일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이 소원이 언제 이룩될 지는 몰라도, DMZ를 개발하지 말고 존치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는 듯하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이 많이 서식하는 등 수십년간 자연생태계를 잘 보존하고 있어서다. 역설적이란 말이 새삼스럽다. 비단 강화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반도에 걸쳐 있는 DMZ 일대가 평화관광 명소로 자리를 잡게끔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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