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태도' 문제 삼아 부당해고
법 위반 신고엔 '적반하장' 언행
“영주권·비자 발급 체계 개선을”
“단순한 말에서도 인식이 드러나죠. 한국 사람이라면 '얘들', '걔들' 할까요?”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인 21일 오전 10시쯤 아프리카 앙골라에서 온 빼드로씨는 친구와 함께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를 찾았다. 하루 전날 영문도 모른 채 회사로부터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은 그는 이번 주까지만 출근하라는 구두 통보에 하루 만에 일자리를 뺏겼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국어는커녕 영어조차 서툰 그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결국 불어를 영어로 통역해줄 친구와 센터에 상담을 신청했고, 노무사와 앙골라 대사관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억울함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부터 안산시 초지동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일해 온 빼드로씨는 올해 8월까지 근무가 계약돼 있었다. 그런 그에게 회사는 '근무태도'를 문제 삼았지만, 그동안 근무태도에 대해 어떠한 경고나 질책, 징계도 없었기에 더욱 황당했다.
센터는 빼드로씨가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입힐 만큼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점, 근무태도에 대한 사전 조치가 없던 점 등을 이유로 부당해고가 성립될 수 있음을 알렸다. 결국 상담 30분 만에 센터의 도움으로 빼드로씨는 이날 오후 곧바로 회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날은 우연히도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극단적 인종차별정책) 반대 시위로 희생된 시민들을 추모하며 만든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이었다.
이처럼 도내 외국인들은 여전히 일상에서 각종 차별을 겪고 있다.
인권위가 지난해 만 18세 이상 개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인권의식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54.1%가 '우리 사회가 이주민에 대해 혐오 또는 차별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드러냈다.
심지어 '이주민의 인권이 존중된다'는 응답은 36.2%로, 직전 해 대비 1.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200건 이상 외국인 상담과 구제를 돕는다는 박선희 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국장은 “노동법을 위반해서 신고를 당해도 노동자가 한국인이면 하지 않을 '괘씸해서 돈을 못 주겠다', '체류비자 없으면 감옥에 보내겠다'는 식의 언행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들을 향한 '갑질' 태도가 체류 비자를 받기 어려운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고 지적한 뒤 “영주권이나 비자 발급 체계를 개선해 각종 사회복지 면에서도 배제되지 않고 기본 인권을 존중 받을 때 이들에 대한 차별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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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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