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강희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장

최근 환경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 환경 훼손 문제로 중단되었던 대규모 국책사업이 현 정부 들어 일사천리로 환경부의 동의하에 사업 승인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번번이 부동의 되었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조건부 동의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였고, 입지문제로 반려되었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역시 조건부 협의로 환경부의 손을 떠났다. 물론 알다시피 두 사업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정권이 바뀌자 환경부의 입장도 180도 바뀐 것이다. 게다가 이 사업들의 경우 오랫동안 논란이 컸던 만큼 견해 변화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했지만, 환경부는 간단한 서면 보도자료와 실무자 비공개 기자간담회로 사실상 거부했다. 이는 연초 환경 신산업 창출을 통해 수출 10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발표를 환경부 장관이 직접 대국민 기자회견을 했던 것과 대비된다.

먼저 환경부는 설악산 케이블카사업의 경우 전략환경영향평가 성격인 국립공원위원회 자연환경 영향평가에서 검토되었고, 현재는 환경영향평가 단계이기에 입지 타당성 가부를 재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전문기관의 부정적 검토의견을 묵살하였다. 그리고 제주 제2공항 건설의 경우는 현재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이기에 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훼손 문제는 이후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논의할 사항이라며 역시 회피하였다. 다시 말해 설악산 케이블카 건은 이미 입지검토 협의가 있었기에 환경 저감방안만 정량적으로 검토하면 되는 것이고,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따른 환경문제는 이후 환경영향평가 협의 주체인 제주도에서 검토해야 할 몫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문기관의 부정적 검토의견은 이런 행정적 절차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제도를 편의적으로 해석하였다.

하지만 2012년 전략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한 목적은 과거 환경영향평가가 사업 결정 후 진행되는 사후 절차여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초기부터 계획의 적절성 및 입지 타당성을 검토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사전에 추가로 실시하여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환경훼손 사업을 막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환경부는 이 절차를 단순 형식논리로 무력화시켜 결과적으로 생태계 파괴를 용인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정치적 결정으로 추진되는 사업이 최소한 환경영향평가 제도에서 걸러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었다. 10년에 걸쳐 4차례 환경영향평가가 환경부에 의해서 거부되었던 경인운하사업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3개월 만에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후 3조 원을 들여 2011년 준공하였지만, 지금도 화물을 싣는 배 한 척 다니지 않는 혈세낭비 환경파괴의 대표적인 국책사업임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이 실패한 사업 추진을 가능케 했던 관련 전문가나 공무원 그 누구도 책임진 바 없다.

그런데 2023년, 이런 국책사업이 또다시 데자뷔 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국에서 자연생태계가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았던 설악산에 케이블카 건설이 승인되다 보니 지리산 속리산 북한산 등 국립공원에 신규 케이블카사업은 봇물이 터지듯 발표되고 있고, 추가로 다른 지역 공항 건설을 위해 이미 지자체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국민은 환경부에 묻고 있다. 기후위기 탄소 중립의 시대, 환경부는 자연생태계를 지키는 파수꾼일 것인가? 아니면 환경을 훼손하는 정치적 결정에 동조하는 거수기로 전락할 것인가?

/조강희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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