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바르셀로나 여행 프로그램이 여럿 방영됐다. tvN '텐트 밖은 유럽2', jtbc '뭉쳐야 뜬다2', ebs '세계테마기행'의 주제가 바르셀로나였다.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건축이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이니, 안토니 가우디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유럽 캠핑에 나선 배우들도, '중년 배낭여행'을 표방한 예능인들도, 스페인 유학파 건축가(이병기)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단지 우연의 일치였을 테지만, 가우디의 삶과 작품이 조명되는 게 새삼 반가웠다. 건축가 이병기는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몬세라트와 마요르카 섬 팔마 등지의 가우디 건축을 찾아가 뒷이야기까지 들려주었다.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는 스페인 카탈루냐 주가 낳은 세계적 거장이다. 그의 생애와 작품을 한국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00년 가을 경기도가 개최한 '안토니 가우디 특별전'이다. 당시로서는 경기도 내 전시공간이 마땅치 않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는데, 대히트를 기록했다. 세종문화회관 1일 최다 관람기록을 경신한 것을 비롯해 15일 동안 약 2만5000명이 다녀갔다. 외환위기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했고,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였기에 가능한 성공이었다. 가우디 특별전은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추진한 세계문화교류 첫 기획전으로 꼽힌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가우디 건축 철학의 정수로 알려진 명제다.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에 가 보면 그의 건축관이 어떻게 실제로 구현되었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기둥 하나, 의자까지 구석구석 어디를 둘러봐도 직선을 찾을 수 없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날카롭게 직선으로 치솟은 고딕 양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또 다른 대표작 카사 바요트는 모든 벽면과 창문이 독특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우디는 직선을 배열해 곡선을 연출하는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가우디는 말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작은 방 한 칸을 숙소로 삼아 수도사처럼 살았다. 어려서 류머티즘을 앓았던 가우디는 젊은 시절 연모했던 여성에게 이미 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가우디는 1926년 6월 노면전차에 치였으나 노숙자 차림이어서 며칠이나 방치되다가 치료 시기를 놓쳐 결국 숨졌다. 여러 방송을 보면서 특별전 무렵 읽었던 이야기들과 몇 년 뒤 직접 가 볼 기회가 있었던 건축물들이 새삼 떠올랐다. 민선 2기에 시작된 경기도와 카탈루냐 주 사이의 교류가 민선 3기 이후 끊어진 게 아쉽다. 당시 논의되던 가우디 대학원은 결국 경기도에 세워지지 못했다.
/양훈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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