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장 화재 피해 상인·주민 101명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서 검사·상담
“큰소리 나면 놀라” 트라우마도 호소
전문가 “상담 통해 심신 안정 도움받아야”
▲ 8일 인천 동구 현대시장에서 한 상인이 영업을 준비하며 채소를 정리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 8일 인천 동구 현대시장에서 한 상인이 영업을 준비하며 채소를 정리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약을 먹어도 밤에 잠을 못 자요. 스트레스 때문이라네요. 인생 다 바쳐 일군 가게가 하루아침에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밤마다 가슴 한편이 저릿저릿해요.”

8일 오전 인천 동구 송림동 동구노인복지관 주차장에는 하얀색 대형 버스가 세워져 있었다.

인천시와 동구, 동구정신건강복지센터는 현대시장 화재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상인과 주민의 심리 회복을 돕기 위해 전날부터 이동형 정신건강 서비스 차량인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 운영을 시작했다.

이번 화재로 34년째 운영해온 그릇 가게가 불에 탄 박박사(83)씨도 마음안심버스에 들려 스트레스 검사와 전문가 상담을 받았다.

검사 결과, 박씨의 두뇌 컨디션 점수는 59점으로, 80대 평균 점수(67점)에 미치지 못했다.

박씨는 특히 불면증과 무기력증을 호소했는데 두뇌 활동 정보는 '부하' 수준으로, 두뇌 스트레스는 '높음' 상태로 나타났다.

두뇌 활동 정도는 ▲매우 부족 ▲부족 ▲적정 ▲부하 ▲과부하로 나뉜다.

박씨는 “치매에 걸린 집사람을 매일 아침 노인주간보호센터에 보내고, 가게를 보다 밤에는 집안일을 하면서 하루도 쉬지 않고 살았다”며 “열심히 살면 형편이 좀 나아지리라 믿었는데 하늘도 참 무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 8일 마음안심버스에서 현대시장 화재 피해 상인 박박사씨가 전문가로부터 정신건강 상담을 받고 있다.
▲ 8일 마음안심버스에서 현대시장 화재 피해 상인 박박사씨가 전문가로부터 정신건강 상담을 받고 있다.

화재 목격자들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4일 화재 발생 당시 자택에서 현대시장이 불에 타는 모습을 목격한 최모(75)씨는 “차량을 이동해 달라”는 소방당국의 확성기 안내를 잘못 듣고 잠옷 바람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최씨는 “시장에서 뿜어져 나오던 시뻘건 불길과 '뻥, 뻥' 하던 부탄가스 터지는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지금도 조금만 큰소리가 나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마음안심버스 누적 방문자 수는 모두 101명이다.

전문가는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와 재난·재해로 인한 트라우마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 상담을 통해 심신 안정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보순 동구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피해 상인과 목격자 다수가 화재 장면이 꿈에 나타나고, 현장을 다시 볼 때마다 심장이 뛰는 등 어려움을 토로한다”며 “이는 시간이 흐른 후 불면증과 무기력증, 악몽, 알코올 의존증 등 다양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여기지 말고 전문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4일 오후 11시38분쯤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에서 A(48)씨가 점포 등 5곳에 불을 질러 점포 205곳 가운데 47곳이 불에 타는 대규모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글·사진 전민영 기자 jmy@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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