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에 흐르는 사랑 이면
어벤져스 시리즈의 재미 비결
배트맨과 '정의란 무엇인가' 소개
시골 도서관에서 특이한 책을 찾았다. <나는 본다, 철학을>은 젊은 철학자의 눈으로 시중의 영화를 해체했다.
깜짝 놀란 '크라잉 게임'을 시작으로 '바드다드 카페'를 지나 '영웅본색', '양들의 침묵'까지 이어졌다. 이 책을 완독했을 때 영화를 보는 시선이 깨어났다.
그리고 25년이 훌쩍 지난 2023년 <영화관에 간 철학>이 출간됐다.
작가 김성환은 “철학 강의 시간에 조는 학생들을 보며 시도한 일이 <나는 본다, 철학을>이었다. <영화관에 간 철학>은 후속작이다. 반평생 영화를 우려먹고 살았다. 영화인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했다.
<나는 본다, 철학을>은 PC 통신에 연재됐다. <영화관에 간 철학>은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 올라있다. 매체가 변하듯, 김성환의 책도 성숙해졌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매트릭스 시리즈 4부작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전한다. 2부는 '사랑'을 살펴 어바웃 타임과 건축학 개론을 설명하며 사랑의 이면을 보인다. 3부는 '재미'로 어벤져스:인피니트 워와 어벤져스:엔드게임을 통해 시간과 공간도 잊게 하는 재미를 결정하는 요소를 생각하게 했다.
4부는 '관계'라는 키워드로 풀었다.
변호인과 그랜 토리노로 남이 나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를 전하고, 그랑블루로 인간과 동물 간의 형성에 관해 들여다봤다. 여기에 007 노 타임 투 다이와 대부 2도 다뤘다.
5부는 배트맨 시리즈로 맺었다. '정의'라는 화두를 던지며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가 다룬 공리주의, 법칙론, 자유지상주의, 평등주의, 목적론, 공동선 이론을 가져와 영화들의 핵심 철학에 맞춰 풀었다.
김성환은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프로이트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성 충동, 에로스와 죽음 충동, 타나토스를 가지고 있다”며 “불펀한 기억은 피하려는 게 사람 심리다”고 했다. 트리니트를 살리기 위한 네오의 결단, 스미스 요원과 오라클의 관계, 아키텍처로 설명되는 매트릭스를 그렇게 언급했다.
어바웃 타임에서는 독일 철학자 악셀 호네트의 말을 통해 “사랑은 감정의 배타적 인정이다”고 했다. 마주 보는 사랑과 같은 곳을 응시하는 사랑, 무엇이 진정한 사랑일까를 묻는다.
영화 친구와 연인사이의 원 제목 'No String Attached'를 통해 사랑과 성관계를 아슬아슬 표현한다. “사랑 없는 성관계는 곧 나르시시즘”이라고 정의하며, 알몸은 이 시대 최고의 유행 의상이란 돌발적 답을 내놨다.
조니 뎁의 풋풋함을 볼 수 있고 위노라 라이더를 뮤즈로 만든 가위손은 세 가지 변신으로 분석됐다.
김성환은 “식물에서 동물로 변신, 복제인간에서 인간으로 변신, 얼음에서 눈으로 변신”이라며 “에드워드는 뇌와 심장을 만들 줄 아는 과학자가 창조한 복제인간이지만 킴과 사랑을 나누는 인간의 마음을 배운다. 에드워드는 킴과 해에지고 나서도 킴이 좋아한 눈을 날려 보낸다”고 했다. 그리고 “제게 가장 아름다운 건 얼움으로 눈으로의 변신”이라며 “눈을 선물 받고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김성환은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데카르트의 철학 체계에서 형이상학과 과학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대진대에서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일한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