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특례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최근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된 지역을 중심으로 교류협력조례 폐지가 추진되는 현상의 연장선상이다. 양평군의회는 지난해 12월 이미 폐지조례를 통과시켰고, 성남도 폐지조례안이 상정되어 있다. 2019년 북미 간 하노이 회담이 무산된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북핵과 남북관계에 비추어 볼 때 지자체 교류협력 조례의 실효성 상실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과연 조례 폐지가 답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와 성찰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은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헌법적 명령이다. 이를 지자체 수준에서 실천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2020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24조의2를 신설하여 지방자치단체도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 통일 선례에서 보듯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평화통일 과정에서 상보적으로 활동함으로써 적대를 신뢰로 바꾸는 계기를 창출할 수 있다. 지자체의 조례는 이를 실천하려는 법적 장치다. 따라서 남북관계가 얼어붙었을 때일수록 오히려 지자체의 시도를 응원할 필요가 있다.

최근 2~3년간 UN과 미국의 대북제재 등으로 인해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추진이 어려웠다. 이 점이 조례 폐지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과거 방식으로 불가하다면 대안을 제시하는 게 순서다. 지역사회 수준에서 평화통일을 향한 노력을 어떻게 지속시키고, 교류협력의 물꼬를 어떻게 터나갈 것인지 모색하는 새로운 민관협치의 틀을 먼저 제시돼야 한다. 기존 방식의 해체는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엎어버리기는 쉬워도 창의적인 구조를 재구축하는 일은 지난하다. 수원시의 경우 그동안 조성한 남북교류협력기금이 17억원가량 된다. 이를 일반회계로 통합하면 흔적도 없이 쓰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여 다시 기금을 조성하는 일은 지극히 힘들어질 것이다. 수원시는 일반 지자체가 아니라 특례시다. 남북평화를 선도하는 일에 앞장서는 지자체가 되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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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의회, 여야 찬반 논쟁…첫 임시회부터 '주도권' 잡기 수원특례시의회 시의원이 발의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놓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7일 수원시의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홍종철(광교1·2동) 시의원은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발의해 입법예고했다.홍 의원은 폐지조례안을 발의한 이유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내용과 유사한 실효성이 없는 조례를 폐지하고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일반회계로 통합, 재정 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폐지조례안에는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20명 전원이 서명했다.남북교류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