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낭에 다양한 클론들이 섞여 있다가, 주황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간으로, 파란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폐로, 초록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복막으로 간다./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국내 의료진이 정상 담낭(쓸개) 상피 세포가 전암성(암 전단계) 병변을 거쳐 담낭암으로 발전하고 이후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과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

 

▲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김지원·강민수·나희영·삼성서울병원 안수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원 교수연구팀은 전이성 담낭암으로 사망한 환자 2명을 신속히 부검해 다수의 정상조직, 전암성 병변, 원발 암(암세포 조직이 처음 생성되기 시작한 상태)·전이암 병변을 확보하고, 담낭암 환자 9명을 추가로 분석해 이런 결과를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결과 전암성 병변에서부터 세포들의 돌연변이 분포가 매우 다양했고, 이에 따라 여러 개의 세포군집(클론)으로 구성됐다.

클론끼리 경쟁하는 과정에서 이긴 클론이 선택되는 진화 과정(‘다윈의 진화론’의 ‘적자생존의 원칙’)을 거치면서 원발 암으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진화된 암을 구성하는 클론도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새로운 여러 개의 클론으로 진화했다.

이후 경쟁을 통해 이긴 클론이 선택되고 그중 일부가 다른 장기에 전이됐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 1개 또는 클론 1개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암세포 또는 클론이 동시에 전이됐다. 전이된 암세포나 클론 역시 돌연변이가 생겨 다양한 클론으로 진화했고 경쟁을 거쳤다.

연구팀은 이렇게 복잡한 과정이 담낭암 환자의 몸속에서 지속해서 발생해 담낭암을 치료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담낭암을 치료할 때 가능한 종양 클론의 시간·공간적 변화를 추적해 암 관련 유전자에 발생한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최적의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연구 결과를 실제 환자에게서의 치료 효과로 연결하려면 각각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다양한 신약 개발이 필수”라면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시신 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환자 두 분과 유가족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이라이프’(eLIFE)에 실렸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