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소·명물' 확보, 풀어나가야 할 숙제

민선 8기 유정복 시장 '초일류도시' 비전
원도심 정주 여건 개선 '제물포 르네상스'
국제도시화 전략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유엔군 인천상륙작전 '유일'한 역사적 사건
청량산 소재 기념관 브랜드 가치 강화 미미
접근성 나쁘고 전시물 진부…'재구성' 필요

근대 배경 개항장·조계지 '유리'한 소재
디오라마관 만들어 지역 정체성 강화하길
갑문 '정온수역' 활용 미디어아트쇼 가능
1974년 개장한 인천내항 전경. 갑문 왼쪽 부분이 항만재개발 대상인 1·8부두다. /인천일보DB
▲ 인천내항 갑문에서 시내 방향의 항공 전경./인천일보 DB

민선 8기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을 '초일류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은 '뉴홍콩시티 프로젝트'와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이다. '제물포 르네상스'는 인천 내항과 원도심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교통체계를 도입하여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사업이고,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는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중심도시로 나가기 위한 국제도시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초일류도시'는 사회학자인 사스키아 사센 교수의 저서 <글로벌 시티>에서 시사하는 '글로벌 시티' 개념과 유사하다. 글로벌 시티는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에서 연결의 핵심 역할을 하는 도시다. 글로벌 시티의 핵심은 금융, 무역 그리고 문화적 영향력이다. 글로벌 시티의 특징은 복잡한 글로벌 시스템 내에서 중심 역할을 하면서 세계의 사회·경제적 문제에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글로벌 시티와 유사한 개념은 도시를 평가하는 출처에 따라 '파워 시티', '월드 센터', '알파 시티' 등으로 불린다.

세계화에 따른 시장의 통합은 국가 간 경쟁에서 도시 간 경쟁으로 이행됐다.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물리적 기반 그리고 시민, 도시, 지방정부가 미래의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는 역량은 곧 도시 경쟁력이다. 이제 도시는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어야 한다.

▲ 1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 광장에서 열린 '제물포르네상스 프로젝트 대시민 보고회'에 참석한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 1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 광장에서 열린 '제물포르네상스 프로젝트 대시민 보고회'에 참석한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글로벌 시티를 위한 차별화된 도시브랜드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시이미지를 도시계획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제물포 르네상스'와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는 글로벌 시티를 위한 수많은 정책적 과제를 포함한다. 이 정책들은 이제 글로벌 시티를 위한 차별화된 전략에 따라야 한다.

그 전략의 일환으로 글로벌 시티의 위상에 적합한 인천만 갖고 있는 '유일한 것', 그리고 국내외적으로 다른 도시에도 있지만, 그럼에도 인천이 더 '유리한 것' 그리고 인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유일한 것'은 말 그대로 인천에만 있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타 도시와의 차별성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는 시설, 사건, 역사문화 콘텐츠 등이 해당된다. 인천에만 있거나 인천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살펴보면 많이 발굴될 수도 있겠지만, 우선 인천상륙작전과 개폐식 갑문이 있는 도크 등이다. 특히 인천상륙작전은 세계 최초의 유엔군 상륙작전이다. 미군, 한국군, 영연방 연합군인 영국군, 캐나다군, 호주군, 뉴질랜드군과 유럽의 네덜란드군이 상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상륙작전은 인천만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이고, 이를 기념하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이 연수구 옥련동 청량산 입구에 있다. 그러나 인천 방문객에게 얼마나 매력적일까? 기념관의 내부 전시물은 전쟁 당시의 유물들이 대부분이고, 외부에는 전쟁에 사용되었을 법한 중장비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기념관의 물리적 외모의 수려함에도 접근성은 매우 떨어진다. 인천상륙작전은 도시브랜드 가치를 강화하는데 유용한, 인천만이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것'임에도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의 효용 가치는 작아 보인다.

▲ 폴란드 브라츠와프의 라츠와비체 파노라마관 내 전시물./사진제공=김상원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 폴란드 브라츠와프의 라츠와비체 파노라마관 내 전시물./사진제공=김상원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유일한' 사건을 도시의 정체성과 도시브랜드 가치를 강화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하는 사례로 폴란드의 제3의 도시 브로츠와프(Wrocław)의 라츠와비체(Racławicka) 파노라마관을 제시해 본다. 파노라마관은 제2차 폴란드 전쟁으로 알려져 있는 1794년에 일어난 코시치우슈코 봉기를 기념하기 위한 전시관이다. 이 봉기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연방을 외부의 영향력으로부터 해방시켜 폴란드의 독립을 수호하려는 시도였지만, 결국 실패로 끝난 역사적 사건이다. 라츠와비체 파노라마관은 원형 돔 형태로 만들어져 있고, 건물 안쪽 벽에 봉기에서 유명한 에피소드인 라츠와비체 전투에서의 승리 장면이 그림으로 재현되어 있다. 원형 파노라마관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요제프 1세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다녀갔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찰스 대공이 이곳을 다녀와서 “이곳은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파노라마”라고 언급한 것으로 유명하다.

파노라마관 방문객은 전투 장면 그림을 보면서 전투 장면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보는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접근성이 떨어지고, 전형적이고 진부한 전시물로 구성되어 있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이 제물포 르네상스와 관련한 원도심 또는 항만 재개발 사업과 관련하여 인천에 '유일한 것'으로서 재구성되어 활용된다면, 도시이미지에 대한 집단기억 형성에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인천은 타 도시와 비교하여 활용하기 '유리한 것'도 많다. 국내외 도시와 비교하여 유리한 지리적, 환경적,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조건들은 찾으면 찾을수록 많이 보인다. 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항만 등도 '유리한 것'에 해당되고, 다른 도시에도 개항장이 있었지만 각국 조계지가 있었던 중구 일대의 개항장 역시 타 지역에 비해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개항시대와 관련한 사진 자료들과 연구 자료들은 관련 공무원과 전문가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인천시민과 방문객에게 효과적으로 노출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 일본 도쿄의 에도 도쿄박물관./사진제공=위키미디어
▲ 일본 도쿄의 에도 도쿄박물관./사진제공=위키미디어

일본 도쿄에는 에도 도쿄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은 초기 에도 시대부터 1964년 하계 올림픽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근세의 에도와 근대의 도쿄 모습을 보여주는 디오라마관이다. 6층에는 니혼바시의 에도 시대 모습을 감상할 수 있고, 5층에는 근대 도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에도 시대, 메이지 시대, 쇼와 시대까지의 생활상이 미니어처로 재현되어 있다. 건물 사이의 거리에는 인형들이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어, 관람객은 인형을 통해 해당 시대의 복장, 직업, 거리의 분위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한 박물관 내부에는 실물크기로 에도 시대의 건물이 재현되어 있고, 음악과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 2022 인천개항장 문화재 야행에서 아트 플리마켓이 한창이다. 많은 관람객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사진제공=인천관광공사
▲ 인천 중구청 개항장 거리 일대에서 열린 '2022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 모습./인천일보 DB

개항 시대를 체험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과 역사적 유산은 인천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국 조계지가 있었던 인천의 개항장은 인천에 '유리한' 소재다. 인천의 지형적 특성과 각국의 문물 전시장이었던 세기 초의 풍경과 생활상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개항장 디오라마관이 있다면,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유리할 것이다.

'유리한 것'은 '유일한 것'에 해당하는 갑문 도크에 가두어 둔 정온수역도 해당된다. 정온수역은 예술적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캔버스로 볼 수 있다. 정온수역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쇼는 구도심 주변의 항구에서 저녁노을에 이어 감상할 수 있는 불빛 쇼가 될 것이다. 도크, 저녁노을, 정온수역은 인천에서 활용하기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천에 국제적 수준에서 '유명한 것'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유명한 것'은 앞으로 인천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아직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 없을 때 고려해야 할 것은 도시이미지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것일수록 유리하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규모가 큰 것일 수도 있고, 미학적 형태의 물리적 외관일 수도 있고, 세계적인 대규모 또는 특성화된 축제나 공연일 수도 있다. 인천에 국제적 수준의 '유명한 것'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타당성과 효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기에 신중하게 실현 가능성을 진단하고 추진해야 한다.

▲ 김상원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문화예술교육원장
▲ 김상원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문화예술교육원장

/김상원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문화예술교육원장

/공동기획=인천일보·인천학회·인천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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