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요? 올해는 일터를 고향집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일할 생각입니다’.
 다들 선물을 꾸리면서 고향에 갈 설렘을 느끼고 있을 때 귀향을 미룬 채 생산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인천 남동공단내 PCB(인쇄회로 기판) 홀 가공업체인 한국전자산업(주)의 생산라인은 납기를 맞추느라 올 추석 연휴에도 멈춰서지 않는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주말과 추석 연휴가 겹쳐 공단내 대부분의 공장들이 연휴를 즐기지만 이 회사 직원 40여명은 18일에도 모두 나와 공장과 사무실에서 각자의 책임을 다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PCB에 구멍을 뚫어 전자업종에 납품하는 이 회사는 지난 IMF 이후에 급성장을 이루다가 값싼 중국세에 밀리면서 지난 2000년 불황에 빠졌었다. 하지만 생산 원가를 낮추면서 중국으로 발주되던 납품물량이 국내로 되돌아오면서 지난 8월부터 19대의 신형기계를 보유한 한국전자산업에 주문이 밀리기 시작해 올해 매출량은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병역 특례자인 엄성욱씨(24·강원도 고성군)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지금 수해 복구로 많이 힘들어 하셔서 걱정”이라며 “지금 내가 고향에 가면 회사와 다른 직원들이 그만큼 힘들어져 조금 한가해진 뒤 고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엄씨는 추석날인 21일 하루만 쉬고 계속 출근해야 한다. 생산라인 근로자 27명은 3개조로 짜여져 24시간 2교대로 공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관리팀 이성호 차장(36·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은 “완성품의 PCB를 만들려면 30가지가 넘는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하루를 쉬면 결국 3일을 쉬어야 돼 귀향을 미루고 휴가도 반납한 채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향에 가지 못하는 직원들은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두둑한 특근 수당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이 회사 서호웅 사장(43)은 “추석 연휴에 직원들에게 휴가를 주지 못해 미안한 한편 감사하다”며 “열심히 일해주는 직원들 덕분에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지돈기자> jeedon@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