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료원 공공의료 담당 오윤주·여숙명·김정현씨

건보 미가입 고려인 3세 치료 결정
인천의료원 유일하게 환자 받아줘
시·관광公에 지원받을 방안 찾아내
▲ 인천의료원은 지난해 11월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으로 정착한 직후 뇌경색 등의 판정을 받고도 비용 문제로 치료를 중단한 고려인 가족을 치료하고 있다. 공공의료 업무를 함께 수행 중인 (왼쪽부터)김정현 해외환자유치담당자, 오윤주 진료부원장, 여숙명 공공의료사업팀장.

“의료기관으로서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 생명을 살리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뤄진 결정이죠.”

인천의료원에서 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료 서비스를 담당하는 오윤주 진료부원장, 여숙명 공공의료사업팀장, 김정현 해외환자유치담당자는 지난 6일 인천일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감염병 전담 병원에서 해제되며 3년 동안 진행하지 못한 취약계층 필수의료 지원 서비스를 재개하고 있다. 지역사회 내 어려운 분들이 다시 의료원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의료원은 지난달 21일 급성 심근경색, 폐렴 등을 앓으면서도 치료받지 못한 고려인 가족을 입원 치료하고 있다. 연수구 함박마을에 거주 중인 '고려인 3세' 아들이 이주노동자건강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한 끝에 연계된 것인데, 당시 의료원 내에선 고민이 컸다고 한다. 환자가 건강보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 곳곳으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 후손 대부분은 직장을 구한 채 고국으로 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인천에 사는 환자 가족들도 비정규직·일용직 노동에 종사함으로써 지역가입자로 분류돼왔고, 이런 경우 가족이더라도 국내에 6개월을 체류하지 않으면 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입국한 환자가 가천대 길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 응급처치를 받은 열흘간 병원비만 5300만원을 청구받은 이유다.

치료 중단으로 상태가 악화된 환자를 받아준 것은 인천의료원이 유일했다. 여기엔 공공의료 분야를 총괄하는 여 팀장과 해외환자유치 업무를 맡은 김 담당자의 역할이 컸다. 김 담당자가 한국말이 서툰 가족들을 통역하며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여 팀장은 인천시·인천관광공사 등을 통해 치료비 일부라도 지원받을 방안을 찾았다. 보름 만에 환자는 겨우 고비를 넘기고 다음 단계인 재활치료를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인천 내 취약계층 의료·복지서비스를 함께 연계할 만한 기관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여 팀장은 “환자가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지자체 등에서도 함께 힘을 합쳐야만 한다”면서도 “앞으로도 누구든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