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7% 이상 14% 미만인 사회를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14% 이상 20% 미만인 사회를 고령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인 사회를 초고령 사회(Super-aged Society)라고 한다. 유엔 인구기금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노인 인구의 비율은 한국은 15.8%로 세계 평균 9.3%보다 훨씬 높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에는 우리나라도 노인의 인구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고령화 비율이 높은 것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것에서 더 문제가 된다. 국가나 개인 모두 고령화에 대비하고 고령화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평균 83.5년이다. 기대수명은 그 해 태어난 아이가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연수를 뜻한다. 남성 80.5세, 여성 86.5세로 각각 예측했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OECD 1위인 일본(84.7년) 다음이자 OECD 국가 평균인 80.5년보다 3년이 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은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한 기간을 뜻하는 건강수명은 66.3년에 그친다. 기대수명 83.5년 가운데 17.2년은 병으로 고생한다는 뜻이다.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수는 개인과 국가에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수 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자활센터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중 노동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에 자활 능력 배양 등을 통하여 노동 기회를 제공하면서 자활참여 주민의 탈빈곤과 빈곤 예방을 하고 있다. 만 18세부터 65세 주민이 자활사업에 참여하는데 만 65세가 지나면 경제적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자활참여가 종료된다. 만 65세에 자활참여가 종료되면 당면하는 문제는 빈곤으로 인해 나타나는 질병, 소외, 역할 상실이다.
노인복지법은 '노인은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의 발전에 기여해 온 자로서 존경받으며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는다'가 기본이념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빈곤 노인이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자활참여가 종료된 저소득층 노인은 소득보다 지출이 많아 어떤 일이든 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 중의 하나가 '공공형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이 사업은 저소득층 노인이 최소한의 소득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노인 소득보장 정책이다. 기초연금을 받는 65세 이상이 주 대상이며 참여하는 평균연령은 76세이다. 한 달에 30시간을 일하고 27만원을 받는데 안타깝게도 참여하는 노인 10명 중 9명이 연 소득 하위 50%에 속하는 빈곤층이다.
노인 부양 의무가 가족보다는 국가에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길어진 노후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노인 삶을 보장하려면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구조로 변화되어야 마땅하다. 적어도 빵 때문에 고단한 노년을 보내느라 장미는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노인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국가가 정책적으로 노년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여기서 빵은 소득과 의료 등 생존조건이고 장미는 품위와 영향력을 말한다.
/한숙희 인천광역자활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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