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있는 나무가 온전하지 못하다. 집 앞에 커진 나무로 인해 불편하고 성가시다는 민원과 관리비를 줄이기 위한 명목으로 과도한 가지치기가 성행하였다. 제대로 된 전문적인 관리를 받지 못하여 나무의 품위가 손상되고 건강이 취약하여 위험한 지경에 처했다. 아파트에 나무가 풍성하면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막아주고 더운 여름날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고 정서적으로도 입주자들에게 많은 역할을 제공한다. 아파트 나무를 홀대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하면 대개 공동주택과는 녹지·수목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귀담아듣지 않고, 공원녹지과는 사유지라서 관리업무가 아니며 어떠한 지원과 규제가 어렵다고 말한다.
공동주택단지의 나무는 법적으로 사유재산이다. 그러나 국민 70%가 공동주택에 거주하며,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조성된 녹지의 23%가 공동주택단지 녹지인 만큼 이제는 공공재의 성격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2년 전 필자가 소속된 '가로수를아끼는사람들'이 경기도민 정책축제에서 제안한 '공동주택 수목 공동관리정책'이 경기연구원 정책연구(책임연구원 김한수 박사)로 수행되어 최근 보고서로 발간되었다. 당시 소극적이었던 경기도청 공원녹지과에서 이제 큰 관심을 보이고 관련 정책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보고서의 정책건의를 소개하면 첫째, 공동주택단지 녹지를 도시의 핵심 그린인프라로 인정하고 공공정책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공원녹지기본계획, 도시숲기본계획 등 다양한 법정계획에서 단지 내 녹지를 중요하게 반영하고 도시계획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둘째,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용역·공사 사업시 의무적으로 자문받도록 하는 공동주택관리 사전자문 제도를 필수적으로 운영하면 마구잡이식 나무 관리를 통제할 수 있다. 셋째,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지자체의 공동주택 관리비용 지원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녹지관리를 위해 지자체에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지원에 대한 수요자의 의무는 무엇인지 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향후 「공동주택 녹지관리 지원 조례」 제정도 필요하다. 넷째, 공동주택 수목관리 지침을 작성하여 관리비용 지원, 관리감독 강화, 준칙에 의한 사전자문 등 공동주택단지 녹지관리 정책추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다섯째, 최근 수원의 조경두레와 같은 우수한 거버넌스 사례가 확산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 및 홍보를 강화하여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활발히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나무의사 제도 운용을 활성화하고, 입주민에 의한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될 수 있도록 주민교육 및 참여프로그램이 추진되어야 한다. 시민과 행정이 협력하여 아파트의 나무를 잘 가꾸면 숲속의 도시를 기대할 수 있다.
/최진우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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