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예사롭지 않다. 가뜩이나 경제적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의 삶이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금리와 환율의 높은 인상은 우리 사회를 심각한 위기로 치닫게 하고 있다. 고유가로 대표되는 원자재 가격의 폭등은 한국 경제의 체질마저 악화시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부진하다.
12월1일 산업통산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1월 무역수지는 70억1000만 달러(약 9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2022년 4월 이후 8개월 동안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8개월 이상 연속 적자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내년은 올해 보다 더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2023년 수출은 4% 감소한 6624억 달러, 수입은 8% 줄어든 6762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은 주요국의 경기 부진으로, 수입은 국내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으로 각각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이러한 난국을 극복해야할 정치는 오히려 나라를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 정부 여당의 강경기조가 문제다. 상대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협치 없는 일방'을 자행하고 있다. 그러니 심지어 언론의 정당한 '지적'조차 악의적이라고 비난하고 '법'의 잣대를 그들 기준대로 들이댄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보름을 넘기고 있다. 엄동설한에 벌어지고 있는 화물연대의 파업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고 자신의 목숨조차 담보할 수 없는 생존, 생계의 절박한 문제이다.
정부와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포함한 국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할 숙제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협상'이라는 용어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른바 '타협 없는 법치'를 주장한다.
지난 달 29일 국무회의는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했다. 이 의결이 있은 후 윤석열 대통령은 “노사 문제에 있어 당장 타협하는 게 편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러면 또 다른 불법파업을 유발하게 된다.”고 강조함으로써 대화와 타협의 상식적인 공간을 대통령이 직접, 선제적(?)으로 없애버렸다.
윤 대통령이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자 정부 여당은 한술 더 뜨며 강경대응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심지어 '민주노총을 없애고 나라를 바로 세우자'라는 각오로 단호히(?) 싸우겠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으로 맞선다.
민주노총을 '김정은 기쁨조'라고 떠들어 대는 자가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 임명되었다.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엄정 중립의 입장에서 국정을 감시, 감독하여야할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답변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검찰의 잣대가 편파적이고 불공정해서 이제 한국 사회는 이미 '검찰공화국' '검찰독재'가 되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포용하고 타협하지 않고 휘두르는 권력, 그 권력이 주장하는 이른바 '타협 없는 법치'는 법비(法匪)들의 가면(假面)일 뿐이다.
/윤기종 전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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