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생 황금돼지띠로 대한민국이 난리다. 2007년 출생아 수는 전국적으로 49만6822명으로 이전해보다 고작 4만5000여명 늘었다.

5만명에도 채 미치지 못하게 늘어난 황금돼지띠의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한숨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입학까지 비상이 걸렸다. 늘어난 학생 수로 고등학교 진학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21년 기준 교육통계에 따르면 2007년생 인천지역 중학생 수는 2만7757명으로 남자는 1만4161명, 여자는 1만3596명이다.

행정구역별로는 서구 5762명, 남동구 5154명, 연수구 4562명, 부평구 4283명 등이다.

그러나 얼추 300만 도시를 자랑하는 인천에서 3만명이 안 되는 중3 학생들이 모두 고교 진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특성화고 등을 제외하고 인문계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1만9600명인데 반해 정원은 1만7587명으로 약 2000여명 가량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인구동향'을 보면 올해 3분기 출생아 수는 6만408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66명이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분기 기준 최저치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0.79명을 기록했다. 이 또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9년 이후 분기 기준 최저다. 3분기 출산율이 0.8명 밑을 기록한 것도 처음이란다.

인구지표가 모두 최저라며 인구소멸을 줄기차게 떠들고 있지만 현실을 돌아볼 때 참으로 공허한 메아리다.

대한민국 존폐가 걸렸다며 내실 있는 출산 정책들을 내놓겠다는 큰소리에도 전국적으로 늘어난 황금돼지띠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를 낳으라는 것인지, 낳더라도 학교 학생 정원수에 맞춰 낳으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현재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쉬운 환경을 마련하지도 못하면서 출산 정책이 가능할까.

특히 교육 당국의 소극적인 행태는 더 화가 난다. 2007년 출생아 수 급증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의 출생과 동시에 시작된 이야기다. 그동안 교육부를 포함해 각 교육청, 우리 사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 마치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폭탄인 듯 과밀을 우려한다며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은 이해가 가능한가.

청라국제도시만 해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부족문제에 대한 대책을 주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교육 당국이 먼저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주민들의 민원에 떠밀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같이 운영되는 초중학교가 벌써 2곳이다. 고등학교 추가 신설은 언제 성사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인가. 청라·송도국제도시 맘 카페에서는 이를 성토하는 글이 넘쳐난다. 콩나물시루 같은 빡빡한 교실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보낸 황금돼지띠 자녀에 대한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대부분이다. 황금돼지띠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아이들의 수 증가가 기쁨이 아닌 오히려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늘 그랬듯 열띤 경쟁이 뻔한 대학진학에 대한 두려움까지 오롯이 부모들만의 몫이다. 말로만 하는 출산대책은 의미가 없다.

정말로 묻고 싶다. 우리 사회는 아이를 낳아도 기를 수 있는 사회인가. 전국적으로 늘어난 4만명도 책임지지 못하는 교육 정책에 헛웃음이 난다. 우리는 출산을 장려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지 마라. 우리는 멀었다.

 

/이은경 편집국 국차장 겸 탐사보도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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