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전국체전을 앞두고 인천에서 전지훈련 중인 베트남 육군 사격선수단. 맨 왼쪽은 박충건 베트남 사격 대표팀 감독.

 

“큰 대회를 앞두고 인천에서 훈련하면 심신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곳이 바로 인천이거든요.”

베트남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호앙 쑤안 빈(48·Hoang Xuan Vinh/이하 호앙)과 그를 지도한 ‘원조 박항서’ 박충건(56) 베트남 사격 국가대표팀 감독의 사연과 이에 얽힌 ‘인천 사랑’이 화제다.

둘은 박 감독이 국내의 한 실업팀 감독 시절이던 2008년 베트남에서 처음 만났다.

호앙은 베트남 전지훈련 중 박 감독이 만난 사격 선수들 중 한 명으로, 베트남 군인이었다.

이 인연으로 박 감독은 그가 베트남을 가거나, 또는 베트남 선수들이 한국에 왔을 때 꾸준하게 호앙을 비롯한 베트남 사격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도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성과가 나기 시작했고, 2013년 우리나라 창원에서 열린 사격 월드컵에서 호앙이 결선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국제대회 첫 금메달(공기권총 10m)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결국 박 감독은 베트남의 삼고초려 끝에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베트남 사격 국가대표팀을 맡아 본격적으로 호앙과 동료들을 지도하게 된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며 가능성을 확인한 박 감독은 2년 남은 2016리우올림픽을 겨냥했다.

“당시 베트남은 사격 뿐 아니라 사실 모든 종목에서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딴다는 상상을 하기 힘든 분위기 였다. 하지만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뭉쳐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 때 대한민국 인천이 희망으로 떠오른다.

당시 인천에는 2014아시안게임을 치러낸, 최신 시설을 갖춘 옥련사격장이 있었다.

마침 박 감독의 사격계 선배이던 양광석 미추홀구청 감독이 나서 베트남 대표팀이 인천에서 편안하게 전지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인천시체육회 등 인천에서도 이들을 적극 지원했다.

호앙 등 베트남 선수들이 2016리우올림픽을 겨냥해 인천에서 훈련할 당시 프레올림픽을 통해 미리 파악한 리우올림픽 사격경기장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줬다.

또 인천시체육회는 인천 소속 선수와의 합동훈련, 인천스포츠과학센터에서 체력측정 및 처방, 방문 기념패 및 기념품 증정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인천에서 꾸준하게 훈련한 호앙이 2016리우올림픽에서 ‘베트남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하는 드라마를 쓴 것이다.

호앙은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1개씩 목에 걸며 베트남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로 치면, 마라톤의 손기정(해방 이전 올림픽 최초 금메달리스트)이나 레슬링의 양정모(해방 이후 올림픽 최초 금메달리스트)와 비슷한 업적을 이룬 셈이다.

호앙은 이 일로 베트남 최고 ‘노동훈장’을, 박 감독은 ‘우정훈장’을 받았다.

 

▲ 베트남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호앙 쑤안 빈 베트남 육군 사격선수단 총감독.

 

이후 호앙은 지난해 선수생활을 접고, 베트남 국가대표팀 코치로서 박 감독을 보좌하는 한편, 현역 대령으로 베트남 육군 사격선수단 총감독을 맡아 지도자로서 새 인생을 살고 있다.

이달 23일부터 열리는 베트남 전국체전에서 지도자로 데뷔하는 호앙은, 이제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서 참가하는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베트남 육군 사격선수단과 함께 ‘마음의 고향’ 인천을 찾아 훈련 중이다.

“선수 시절 인천에 와서 훈련하고 나면 늘 좋은 성적을 냈다. 그래서 늘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인천을 찾게 된다.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이다. 스승인 박충건 감독님을 만난 이후 거의 매년 인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함께 훈련했고, 결국 그를 만나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올림픽 금메달이란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나에게 가장 고마운 사람은 박 감독님이고, 최고의 장소는 인천이다. 그래서 베트남 전국체전을 앞두고, 이제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다시 인천에 왔다. 앞으로 후배 선수들을 잘 이끌면서 박 감독님만큼 좋은 지도자로 성장하고 싶다.”

/글·사진=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 옥련사격장에서 훈련 중인 베트남 육군 사격선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