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흔들릴 정도로 낮게 날고
늦은 밤, 집에 탐조등 비추기도
“불안·불면 시달려” 민원 빗발

시 '주한 미8군훈련' 원인 추측
국방부·한미사령부 '호소 외면'
“일정 공유라도” 요청 묵묵부답
▲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도리 캡처./자료출처=네이버 지도
▲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도리 캡처./자료출처=네이버 지도

여주시 점동면 도리, 강천면 강천리. 남한강 줄기를 따라 논과 밭, 작은 집이 드문드문 보이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다. 그런데 최근 이 곳에 '미군 헬기'라는 공포가 덮쳤다. 5년여째, 이유도 모를 헬기 비행에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호소 중이다. 비행시간만이라도 알려달라는 여주시 요구를 미군 측이 무시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인천일보 제보와 취재를 종합하면 도리·강천리 지역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이 여주시에 헬기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헬기로 인해 소음·진동·먼지가 발생한다는 내용이 골자로, 저공비행과 심지어 주거지에 야간 서치라이트(탐조등)를 비췄다는 주장도 제기 되고 있다.

여주시는 원인으로 주한 미8군 사령부를 지목했다. 과거부터 미8군은 도리에 훈련장을 두고 주기적인 비행훈련을 했다. 문제는 2017년 중반쯤 시작이 됐다. 난데없이 강천리 마을까지 헬기가 진입한 것. 도리에서 강 건너 직선거리 약 3㎞ 떨어져 있는 강천리는 훈련이 아예 없었던 지역이다. 주민들은 헬기가 뜰 때마다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시가 민원을 받고 현장조사에 나선 결과 ▲헬기가 저공으로 마을을 관통 ▲집 천장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 발생 ▲집에다 빛을 비춤 ▲저공비행으로 위협 등 주민 진술이 나왔다.

도리의 경우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평소와 달리 야간으로 이어지는 훈련, 저공비행 등에 주민 불만이 높아졌다. 수면 방해, 불안 증세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나타났다.

더욱 이상한 건 여주시도 모르게 훈련이 이뤄졌단 점이다. 애초 시는 국방부와 육군 55사단 등의 창구를 통해 미군 측과 헬기 훈련에 대한 사전 협의를 해왔다. 미군이 일정과 동원되는 인원·장비 등의 요약서를 통지하면, 시는 소음저감 요청과 유의사항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시는 무단 훈련이고 상호 신의에 위반한다는 이유로 미군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으나, 올해도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시는 앞서 2020년 참다못해 육군에 한·미연합 규정상 위반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 국방부도 찾아갔지만, 의미 있는 소득을 못 얻었다.

요즘도 역시 한미연합사령부 등에 일정 공유와 훈련 자제를 부탁하고 있다. 그러나 시에 돌아오는 공문도, 연락도 없다. 시는 주민 피해는 물론이고, 지난 19일 강천섬에 연면적 889.3㎡ 규모로 시민휴식공간 등을 갖춘 '힐링센터'를 준공했기 때문에 몹시 속이 탄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도리지역도 그렇지만, 강천리는 특히 이해관계기관 협의가 없어 훈련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며 “또 10시 이후로도 헬기를 띄운 건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규칙적이고 예고도 없는 헬기에 대응이 어렵다”며 “지난 13일 공문을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 행정조치도 안 되고, 미군이라 연락도 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장기간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자, 주민들의 근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강천리 한 주민은 “웬 공사장에서나 들릴 법한 소리가 하늘에서 두드리니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며 “조용한 마을 사람들이 날벼락을 맞은 것 같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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