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인 분당 등산·사찰 초입로
'토지주 동의없이' 편의시설 조성

지주 불법침입·민원에 “길 폐쇄”
시민은 “수십년 이용…원상복구”
시 결국 “새 등산로 조성 논의 중”
▲30일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위치한 한 사유지 신축 공사현장에 시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방치돼 있는 모습. 해당 시설은 공사 이전 등산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사유지에 설치돼 있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30일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위치한 한 사유지 신축 공사현장에 시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방치돼 있는 모습. 해당 시설은 공사 이전 등산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사유지에 설치돼 있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성남시에 위치한 250년된 사찰 진입로와 등산로를 놓고 인근 주민과 토지 소유주, 사찰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주민은 등산로 원상복구를 원하고 있지만 토지주는 아예 원천 폐쇄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시가 사유지에 토지주 동의없이 주민 편의시설을 조성한 탓이다. <인천일보 10월4일자 6면 '분당구 사유지 신축공사에 등산·사찰 초입로 뺏겨'>

18일 성남시 등에 따르면 논란이 된 구미동 38번지 일대 부지는 토지주인 A씨와 그의 가족들이 소유해온 사유지다. 현재 신축공사를 하고 있는 부지를 포함해 기존에 등산로가 조성됐던 일대 산 일부분까지 사유지다.

그러나 성남 시민들이 수십년간 불곡산와 영장산 등으로 이어지는 해당 사유지를 등산로로 이용하자, 시는 안전을 이유로 이곳에 4m 폭의 등산로를 조성해 안내판까지 세웠다. 이후 시는 '산불예방을 위한 안전수칙' 안내판을 포함해 운동기구 등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토지주 동의 또는 환경정비금 같은 보상을 하지 않았다.

토지주 A씨는 지난 3월 해당 부지에 제1종근린생활시설을 짓기 위한 건축 허가를 받은 후 신축 공사를 시작하면서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졌다. A씨가 공사를 이유로 등산로를 일부 폐쇄하자 하루에도 수십명씩 등산로를 이용하던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통행로를 빼앗겼다.

여기에 공사 중 안전상의 이유로 인근 소나무를 베자 주민들은 산림 훼손, 등산로 폐쇄 등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인근 주민 김모(40대)씨는 “지난해부터 갑자기 (등산로 초입에 있는) 도로를 다 파내길래 공공시설을 짓는 줄 알았더니 아니더라”라며 “애초에 여기가 사유지면 대체 등산로는 어떻게 만들어졌던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성남시 문화재로 지정된 250년된 사찰 골안사 통행까지 막아서 사찰과 시민, 토지주 간 갈등이 촉발됐다.

토지주 A씨는 “해당 부지는 집안 대대로 내려온 사유지인데 어느 날부터 시에서 무단으로 등산로를 만들었고, 시는 최근 항의를 통해 해당 사실을 직접 인정까지 했다”며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알면서도 일부러 조치 없이 묵인해왔던 것 뿐, 엄연한 사유지를 사용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공사 현장 인근 나무를 벤 것도 시로부터 고소를 당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A씨가 임의로 나무를 베었다는 주장과 달리 공사 중 안전상의 문제 등으로 벌목한 점 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A씨는 “등산로와 수로를 막아서게 된 것 모두 관청의 안전 문제 우려로 철거 및 폐쇄하게 된 것”이라며 “시민편의를 위해 그동안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더니 되려 민원과 불법 침입으로 피해만 입고 있다. 사유지를 통해 입산하는 것을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수십년 전부터 시민들이 이용해오던 길을 안전상 이유로 정비했던 것”이라면서도 “당시 정비에 대한 토지주의 동의는 따로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인정했다. 이어 “근처에 정비가 되지 않은 다른 길로 옮기거나 정비해 새로운 등산로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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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25시] 분당구 사유지 신축공사에 등산·사찰 초입로 뺏겨 “고작 60평짜리 건물 짓는다고 물길도 막고 50년 넘은 소나무도 다 베어버리는 게 말이 되나요?”지난달 30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위치한 한 사유지 신축 공사현장에 시민 네댓명이 찾아와 건설현장 담당자에게 항의하고 있었다.해당 현장은 성남시민들이 30년 넘게 이용해오던 등산로 초입으로, 공사 이전엔 자동차까지 드나들 수 있던 6m 폭의 도로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도로 일부가 파헤쳐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주변으로 공사 펜스까지 쳐져 사람 한 명 지나가기 벅찬 샛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도로를 둘러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