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규 경기본사 정경부 정치행정팀 기자.
▲최인규 경기본사 정경부 기자.

“경기도와 안산시가 선감학원을 두고 임대계약을 하고 있다니깐요.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어요.”

최근 취재 과정에서 들은 가장 황당한 말이다. 국가폭력의 실태가 고스란히 담긴 선감학원에 사람이 거주한다니 상식적이지 않았다.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아 선감학원을 찾았는데 놀랍게도 사람이 살았다. 다시 눈을 뜨고 봐도 사료에서 본 선감학원에 사람이 있었다. 곧장 취재한 결과 경기도와 안산시가 무려 32년여 동안 선감학원을 두고 임대계약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기도와 안산시가 처음 임대계약을 맺은 건 1990년이다. 경기도는 당시 선감학원 터에 경기도립직업전문학교를 조성하려 했다. 다만 이곳에 무단으로 점유한 이들이 있었다. 경기도는 학교 조성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이들과 다른 건물을 두고 임대계약을 맺었다. 그 건물이 선감학원이었다. 경기도는 선감학원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이 같은 행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궁색한 해명이었다. 인권유린이 자행되던 시기 선감학원을 운영한 기관은 일제와 경기도였다.

임대계약 현황을 들여다보니 더욱 기가 막혔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불과 7년여 전인 2015년에도 선감학원을 두고 임대계약을 맺었다. 그땐 이미 선감학원 사건 실태가 알려지고 위령비까지 세워진 이후였다.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건 말이 안 됐다.

현재 선감학원 건물은 가정집으로 증·개축되면서 훼손될 대로 훼손됐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A∼D등급 중 D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대로면 피해자 4691명의 흔적은 지워진다. 선감학원 터 전체가 잊힐 수 있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그렇게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릴 셈인가. 그게 아니라면 더는 방치하지 말고 보존 작업에 나서야 한다.

 

/최인규 경기본사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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