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한민국 첫 달 탐사선 '다누리호'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앞서 6월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누리호'에 이은 우주과학기술의 쾌거로 미국, 러시아 등 세계 7대 우주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 동네 전파상 앞에서 금성사(골드스타) 흑백 TV로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던 것을 보고 부러워했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주는 일천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은하계가 일천억 개 이상이 있을 정도로 광활하며, 1초에 100개씩을 세어도 다 헤아리는데 2조 년이나 걸린다니 우주과학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한들 태양계를 벗어나는 것조차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런 광활한 우주 앞에 서면 티끌 같은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린 너무나 작게 보인다. 그래서 끝없이 펼쳐진 저 우주는 먼 옛날부터 호기심의 대상일 뿐 아니라 경외심을 넘어 신앙으로까지 승화되어 왔었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서양과 달리 과학을 뛰어넘은 직관(直觀)으로 우주를 보았다.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우주를 시공연속체(時空連續體)로 보아 우(宇)는 하늘과 땅, 동서남북의 '공간'을, 주(宙)는 '시간'을 나타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주역(周易)이나 우주(宇宙)는 서로 같은 말이다. 왜냐하면 <주역>에서 주(周)는 주위(周圍), 주변(周邊)등의 '공간'을 뜻함으로 우주의 '우(宇)'와 같다. 그리고 역(易)은 일(日)과 월(月)의 합성으로 시간을 나타내므로 우주의 '주(宙)'와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역>을 공부한다는 것은 결국 '우주'를 공부하는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우주변화원리>이다. 이를 두고 <주역>에서는 “천지와 더불어 기준을 정함이다”라고 하였다. 그 이유는 '역(易)'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역(易)'자는 해와 달의 시간에 따른 자연의 변화원리를 뜻하므로 '우주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Key)'라고 말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상품의 겉면에 표시되어 있는 '바코드(Bar code)'와 같다. 굵기가 다른 검은색 막대와 흰색 막대가 그려져 있는 바코드에는 그 상품의 가격, 재고 및 매출정보 등 관련 데이터가 들어있어 바코드만 스캔해보면 그 물품에 관한 모든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주역>도 마찬가지다. 양효( )와 음효( )라는 두 막대의 조합으로 된 64괘에는 우주 삼라만상의 변화원리가 다 담겨있다.
시공(時空)연속체인 우주를 온전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주역>만한 것이 없다. 특히 '시간론'에 강해서 <주역>을 '시운(時運)'의 학문이라 하지 않던가. 시공을 음양론으로 보면 공간은 형상이 있는 물질[陰]이기 때문에 오감으로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은 형상이 없는 비물질[陽]로 우리들이 감각적으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눈에 보이는 공간[물질]의 변화모습을 보고나서야 비로소 시간[비물질]이 흘러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마치 수십 년 만에 만난 친구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끼듯이. 이렇듯 우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측면도 엄연히 존재하건만, 사람의 인식체계로 혹은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 존재까지도 부정해 버리면 세상을 절반밖에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꼴이 된다. 필자는 외눈박이의 왜곡된 시각을 건강한 두 눈으로 올바르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주역>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필자는 <주역>이야말로 우리들에게 더 멀리 볼 수 있게 어깨를 내어주는 친근한 거인으로 다가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뿐이다.
/한태일 한역(韓易)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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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괘가 지금의 바코드와 같다는 것에 공감이 갑니다. 인간은 우주를 동경해서 '주역'도 쓰고 또 '우주변화원리'라는 책도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한태일님과 우주를 여행하는 좋은 시간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