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경제부장.
▲ 이주영 경제부장.

답답하다.

몇 달 전 같은 지면으로 '친일'을 내다봤다. 고 리영희 교수가 1980년대 30년 뒤 후손에게 “일본에 대한 환상을 품지 말라”, “가장 위험스러운 나라가 일본”이라는 한 경고를 소개했다. 요즘 그의 말은 정치꾼에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일본'의 중요성을 연신 강조하며 국민 반감을 산 '누구'의 굽신굽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에 대한 일본의 비아냥은 도를 넘었다. 광복절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이웃'으로 치켜세웠지만 보란 듯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누구의 하수인은 일본 전범기업 피해보상을 반대하듯 “이미 받을 만큼 받았다”며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시청료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버젓이 '동해'를 '일본해'라 한다. 누구와 누구의 하수인을 넘어 공영방송까지 '일본'에 빠져 있다.

일본으로 부산 경제가 좌우되듯, 인천은 중국과 뗄 수 없다. 일부 정치, 경제학자들은 부산과 일본의 경제 공동체를 논한다.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를 기회 삼아 일본이란 경제 블록에 부산을 끼워, 경제 성장에 나서자는 논리다.

중국에 대한 반국민 정서가 크게 작용한다. 70%가 넘는 국민의 중국 반발 심리는 좀체 회복되지 않는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연이은 동북공정은 치를 떨게 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로 시작한 한한령과 혐한에 이어 최근 반도체공급망협의체(C4)까지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안보를 정점으로 한 보수 정책에 공산주의 중국의 설 자리는 더욱 없다. 그렇기에 우린 중국이 아닌 일본에 눈이 쏠린다. 절대 우방 미국의 군사·외교 동맹에 한국은 일본과 어깨동무할 처지에 놓였고, 대만 또한 중국 견제를 위해 같은 편으로 묶였다.

중국은 코로나19로 도시를 봉쇄한 극단 정책과 우크리아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까지 침체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오는 11월 중국 시진핑 주석이 관례를 깨고 3연임에 오를지 미지수라 정치 상황도 안정적이지 않다. 현대사 파고 속에 중국 인민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그렇기에 중국은 세계 시민의 반열에 늘 후순위다. 위화는 수필집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를 통해 인민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조국이여, 그대를 사랑하기 너무 어렵다고 말할 수밖에! 우리에게는 하소연하고픈 억울한 일이 너무 많고, 우리 삶은 너무 여의찮으며, 우리 자존심은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하나를 버려야 하는 대신 하나를 취하는 외교 전술에 늘 고통받았다.

일본으로 러시아를 물리치고, 러시아로 청나라를 쫓는 이이제이(?) 정책을 잘못펴 나라가 풍비박산 났다.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몰라 조공 외교만을 외치다 패권의 정점에 이른 청에 나라를 빼앗길 뻔했다. 반정으로 권력을 잡아 명 눈치를 보다 사달이 난 것이다. 임진왜란은 왜 일어났나. 이웃 나라 사정도 못 읽은 초보 외교 수준 때문이다. 이들 모두 공통점이 있다. '국민'이 아닌 '권력'에 탐했기 때문이다. 명분이 약하면 힘센 자에 굽신하고, 국민을 갈라치기 해 내 편만 호가호위한다.

한중 수교 30년, 최근 공급망협력 등 훈풍이 감지되지만 이것으론 미흡하다.

인천은 사상 최고액의 수출 이면에 최장의 무역 수지 적자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무역 수지를 면밀히 살펴야겠지만, 중국과 원활한 교역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도 한몫한다.

미국 하원의장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동북아를 뒤흔들었다. 대만은 미국 지지라는 명분을 얻었지만, 한국은 미국 눈치와 중국 눈총 사이에서 허우적댔다. 끝 모를 미·중 패권경쟁은 겉과 속이 다르다. 일촉즉발 긴장과 달리 군사외교에 마지막 강수를 두지 않고, 경제 협력 시그널은 늘 유지한다.

일본 경제 엔진은 식어가지만, 중국 경제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 위협의 일본보다, 거대 중국 13억명의 내수시장을 놓칠 수 없다. '실리외교'를 살펴야 한다. 생존을 위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우린 중국이란 거대 시장을 놓치고, 겨우 버티고 있는 인천 경제의 활력마저 타 지역에 밀리게 됨을 잊으면 안 된다.

/이주영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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