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민영 사회부 기자.
▲ 전민영 사회부 기자.

“피해 직원이 한두 명이 아니에요. 직원들 모두 지역에 터를 잡고, 사회복지 쪽에서 일하는 데 당당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까요? 퇴사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죠.”

인천 한 구립 노인복지관 시설장이 직원들에게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 주일 예배에 출석하도록 강요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할 자치구에서 약 3개월 동안 복지관 전·현직자 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관장의 갑질 행위는 심각했다.

그는 전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특정 직원에게 피임기구를 사용한 적이 있는지 묻거나 성관계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는 등 노골적으로 성희롱했다. 술자리에선 '진실게임' 등 게임의 탈을 쓴 성희롱도 이어졌다. 평소 직원을 부를 땐 직책 없이 '야', '너'로 지칭했고, 화장하지 않은 여직원들에겐 '얼굴 꼴이 그게 뭐냐', '살 더 쪘니?' 등 외모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6~7명씩 조를 편성해 특정 교회 주일 예배에 출석하도록 강요하고, 직원 중 한 명을 조장으로 지정해 출석 현황까지 조사됐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해당 복지관 운영기관인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한국장로교복지재단에 기관장 교체를 요구했지만, 재단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자체의 입장문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한 두 달을 지체하고, 늦게서야 징계위원회를 꾸려 조사 중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지자체의 조사가 실시된 이후에도 수개월 동안 가해자들과 한 공간에서 근무했어야 할 피해자들이 겪었을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꾸준히 직장 내 갑질 근절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 소식이 끊기지 않는다. 상사라는 이름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문화가 만연한 병든 조직에서 청년들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멍들고 있다.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강력한 징계와 조치가 필요하다.

/전민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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