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온도로 손을 내밀다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미디어에 비친 세상은 살만한 곳이 아닌 것 같다. 좋은 사람, 좋은 일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 나쁜 일들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자극적인 기사에 사람들이 반응하듯 긍정적인 내용보다 부정적인 기사의 빈도수가 훨씬 더 높다. 흔하지는 않지만 뉴스나 인터넷 기사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도 있다. 이웃들에게 선행을 나눈 사람에게 시민들이 돈쭐을 내주는 미담 기사다. MZ세대, 그들은 어느 세대보다도 선함에 민감하다.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돈쭐을 내다'라는 신조어처럼, 그들은 잘 되기를 바라는 선한 대상을 발견하면 기어코 잘되게 만들어 내고야 만다. 자신의 자리에서 이웃들과 함께 선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그냥 외롭게 두지 않는다.

어느 책의 제목처럼 언어에도 온도가 있다. 만약 책에도 그런 온도를 매길 수 있다면 김민섭의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는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그리 차갑지도 않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들어 내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온도 36.5℃. 이 책의 온도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책인데 사람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진다. 저자는 일상생활 속에서 직접 겪은 일을 글감으로 우리사회의 단면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그의 글은 진솔하다. 마치 옆의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따뜻함이 묻어난다. 그냥 일상 속 에피소드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사회에 대한 깊은 고찰과 성찰이 오롯이 함께 담겨 있다. 그의 글에서 사람의 온기가 전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결은 타인에게서 자신과 같은 결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 책은 저자가 최근 몇 년 동안 겪었던 네 가지 연결의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그 경험은 그가 사회적 자존감을 찾으려고 시도한 일들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헌혈이라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사회 속에서 하나의 존재로 각성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후쿠오카행 비행기표 한 장에서 시작된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청년에게 보내는 우리 모두의 격려가 된다. 교통사고 가해자의 무례한 언행으로 야기된 고소경험은 자신과 닮은 연약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작지만 큰 용기였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뛰면서 서로 연결하는 몰뛰작당 프로젝트의 소통방식은 꽤 흥미롭다.

연결은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행동양식이다. 사람들의 첫 만남은 공통점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나이, 취미, 고향, 학교, 직업, 사는 동네까지 비록 작은 것일지언정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는다. 어찌 보면 그것은 연결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그들만의 단절이나 폐쇄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새로운 시대의 연결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끈으로 느슨히 이어져 있는 서로를 발견하는 일이다. 타인의 처지에서 사유하는 일,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타인의 마음과 같게 만드는 감각이 결국 사람들을 연결해 낸다. 우리의 연결은 현재 진행형이다. 서로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믿음만큼 느슨하면서도 단단한 연결의 고리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착한 사람이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요즘 언어로 다시 말하자면 선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만 작고 온화하게 오래 타오르고 싶다. 될 수 있다면 누구도 상처 주지 않는, 무해한 내 곁의 타인에게 작은 온기를 나누어 줄 수 있는 모닥불이 되고 싶었다. 책의 머리말에서 밝힌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의 작지만 큰 바람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개인과 개인뿐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연결된 이 시대 안에서, 독자들과 자신이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답하고자 했다. 그는 그 질문에 대해 독자들에게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답을 들려준다.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잘됨이 우리의 잘됨이 될 것입니다.” 그에게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원연수부장
▲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원연수부장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원연수부장



관련기사
[이성희의 탐독생활] '20' 이금이 『알로하, 나의 엄마들』 사진 한장, 소설가 이금이의 눈길을 끈다. 한인 미주 이민 100년사를 다룬 책에서 맞이한 운명적인 만남이다.사진 속에는 흰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은 조선의 세 여성이 각기 양산과 꽃, 부채를 든 채 앉아 있거나 서 있었다. 무척이나 앳돼 보이는 그들은 한 마을에서 함께 떠난 '사진 신부'들이다.그 한장의 사진은 한인 이주여성들의 곡진한 삶으로 다시 태어난다. 1903년 1월 13일, 최초의 한인 이민자를 태운 갤릭호가 하와이 호놀룰루 항에 도착한다. 대한제국 정부가 최초로 인정한 공식 이민자들이다. 사탕수수 농장 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