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웃음소리가 그냥 놀이터에선 “깔깔”인데, 물놀이장에선 “꺅~꺅!”이다. 콧구멍, 목구멍, 귓구멍으로 물이 들이치며 다가오는 코끝 찡한 쾌락. 아이들이 사랑하는 여름 최상위 즐거움이 집 주변에서도 펼쳐지는 곳이 물놀이장이다.
인천 계양구 천마산에 있는 어린이물놀이장에는 아이 앞세우고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찾고 있다. 재개발로 동네 어수선한 효성동 일대를 비집고 들어가 천마산에 도착하면, 산길 따라 애들 놀라고 계곡처럼 물놀이장을 만들어 놨다.
애들 신나게 노는 건 당연한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던 어른들도 애들 핑계로 발 담갔다가 얼른 자리로 가고는 한다.
공촌사거리 근처 서구 경명공원에 있는 물놀이장은 인공 폭포에서 물이 떨어진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물놀이장은 시설 투입비나 안전 위험 때문에 비교적 소소하게 차려지기 마련인데 인공폭포라는 과감한 구성에 좀 큰 애들도 즐겁게 놀 수 있다. 월요일 휴일 빼고 오후 5시까지 운영이지만 하도 손님들이 많아 금방 물이 탁해져서 한 시간 일찍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
천마산 물놀이장이나 경명공원 물놀이장 덕분에 원도심에선 오랜만에 애들 웃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부평구 백운공원, 후정공원, 부평공원과 연수구 봉재산공원, 청량산 청룡공원 물놀이장도 아이들 노는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원도심에 생겨 모처럼 아이들이 신났다.
물놀이장 없던 몇 년 전만 해도 인천 아이들이 물놀이하려면 시간과 노력, 어른들의 돈이 들었다. 경기도나 서울시처럼 산에 물이 많은 동네가 아니라서 물장구칠 마땅한 계곡도 없고 가까운 바다, 서해에선 물때 잘 못 맞추면 갯벌에서 조개만 줍다 왔다.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구교환 배우는 학교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놀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해방을 요구하며 자신을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이라고 주장했다. 도시 활력이 떨어진 원도심에서 한낮 무더위 속 어린이 놀 곳에 대한 고민 없던 차에 등장한 물놀이장들은 여름 동안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같다.
/김원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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