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혁신 자치행정부장.
▲ 조혁신 자치행정부장.

민선8기 인천시가 출범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간다. 시간이 화살 같다. 그런데 인천이나 여의도나 정치권 시계는 굼뜨기만 하다. 국회에서는 여야 간 힘겨루기로 지난 22일 겨우 상임위원회 구성을 합의했다. 정치권 시곗바늘이 더디게 가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국민은 그러려니 한다. 시계가 더디게 가더라도 고장이 나 멈춰버리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인천 정치권 사정도 마찬가지다. 아니, 시곗바늘이 멈출 태세가 아니라 누군가 번번이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고 한다. 선거가 끝나고 민선8기 인천시가 출범했으나, 여태껏 민선8기를 탄생시킨 주역들은 미래를 제시하기보다는 민선7기를 깎아내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민선8기가 출범하기 전부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는 민선 7기의 핵심 정책들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인수위원회는 각 실·국 업무보고 자리에서 인천이음 등 민선 7기의 주요 정책들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선 7기에서 출범한 인천사회서비스원 존폐까지 거론했다. 선거기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수도권매립지와 관련해선 매립지 특별회계기금의 홍보예산 전용 의혹을 제기했다. 유정복 시장은 지난달 23일 당선인 신분으로 여야 인천시당 위원장들과 함께 조찬을 하며 협치 의지를 밝힌 바 있는데, 인수위원회가 한 일을 보면 협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자극이 있으면 반응이 있는 법. 민선8기가 출범한 직후 인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임지훈 의원은 제280회 임시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선거에선 치열하게 경쟁했으나 결과에 승복하고, 이제는 인천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 여야 정치인들의 도리”라고 일침을 놓았다.

6·1지방선거 과정에서 시장 후보 간에 벌어진 고소·고발 건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점도 협치가 말 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소·고발 건은 선거 이후 양측이 서로 취하하면서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을 다짐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내년도 국비확보를 위한 인천 여야 정치권의 협력이 절실한데 야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고발해놓고 협력이 가능할까? 게다가 태극기 부대 성향의 유튜브에 출연하면서 민주당을 맹비난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 인천시와 국회의 소통 통로인 중앙협력본부장에 내정됐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흔히 선거를 전쟁에 비유한다. 우리나라 대통령 및 자치단체장 선거가 승자가 모든 권력을 갖는 구조니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전쟁에 비유되는 선거에도 법도가 있다. 패자는 결과에 승복하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존중하는 것 말이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승자인 북부군 총사령관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은 항복 문서를 전달하러 온 남부군 총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을 예우를 갖춰 맞이했다. 그랜트 장군은 항복한 남군 병사들을 포로로 잡지 않고 고향까지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도 했다. 이는 비단 먼 나라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룬 고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이 정치보복의 희생자였음에도 결코 권력을 이용해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TK 출신 인사들을 요직에 기용하기까지 했다.

협치가 사탕발림 같은 말 잔치로 그쳐서는 안 된다. 협치는 상대에 대한 존중부터 시작된다. 입으로는 달콤한 말을 하나 뱃속에는 칼을 품은 '구밀복검'의 정치로는 협치는 요원할 뿐이다. 인천시 발전을 위해 여야 정치권의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조혁신 자치행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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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럼] 인천시 조직개편에 부쳐…행정에 막힌 정치 민선8기 인천시가 출범한 지 반년이 흘렀다. 민선8기의 초침과 시침은 멈추지 않고 재깍재깍 돌고 있다. 글쓴이가 과문한 탓인지 민선8기가 출범 초기 선언했던 개혁과 시정혁신은 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건지, 시정가치와 미래 비전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건지 궁금하기만 하다.민선8기의 지난 반년 동안 시정을 평가하기란 시기상조긴 하나, “이대로 3년만 흘러가면 인천 권력을 다시 찾는 건 떼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차기 인천시장을 노리는 정치인들 사이에서 떠도는 걸 보면, 인천 민심은 민선8기에 대해 결코 호의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듯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