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하가 깨지고 바다에 들어와 발생한 너울성 파도가 겹쳐서 우뢰소리 같은 해명을 만든다.
▲ 빙하가 깨지고 바다에 들어와 발생한 너울성 파도가 겹쳐서 우뢰소리 같은 해명을 만든다.

“소리 들었어?” 하던 동작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본 우리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르고, 높은 상층운만 약간 있었다. 우레소리는 계속해서 여운을 남겼기 때문에 진원(?)지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캠벨 빙설인가?” “해명입니다.” 대기동은 작동하는 기계소리로 항상 시끄럽다. 매달 있는 관측 자료 백업 및 송부를 위해 대기구성물질연구동으로 올라갔던 참이었다. 과학기지 본관에서 1㎞ 가량 떨어져 있는 독립연구동인 대기동에는 이산화탄소 안전동위원소 측정기, 온실기체 분석기를 비롯해서 20여가지 관측 기기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자동화 기기이지만 관측 데이터는 매달 백업해야 하며, 정기적인 유지 보수가 필요하다. 마침 황제펭귄 2마리가 대기동 앞까지 올라와 있어, 기지의 상남자 대기대원과 함께 펭귄 사진을 찍겠다며 함께 올라와 있었다. 내내 말썽인 장비 상태를 보다 나와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천둥 번개 소리가 들린 것이다.

“그야 말로 마른 하늘에, 아니.” “빙하가 깨져서 울리는 소리가 아니야, 파도가 너울 같은 파도가 서로 합쳐지는 거군." 침을 꿀꺽 삼켰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있다. '뜻하지 아니한 상황에서 뜻밖에 입는 재난'이라는 말풀이다.

“고요한 해빙에 날벼락이군요.” 해명은 기상학 용어로 바다에서 일어나는 우레소리를 말한다. 천둥과 같은 소리가 나는 이유는 해안가에서 높은 파도가 일어 연안의 움푹 들어간 바위틈 또는 삼각형의 해안과 부딪히면서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날씨가 맑고 바다가 고요한 가운데 먼저 바다 천둥이 들리고 이어서 폭풍우가 나타나기 때문에 해명은 폭풍우나 태풍의 전조로 알려져 있다.

“이제 큰 폭풍이 오는 건가?” “지구 전체에 말이죠?” 해명이 폭풍우를 미리 알려주는 현상인 이유는 이렇다. 넓은 바다에 저기압이나 태풍이 있으면, 높은 파도가 만들어진다. 이 높은 파도가 전해지는 속도가 태풍이 오는 것보다 빠르다. 발달한 저기압이나 태풍에서 밀려오는 파도는 파장이 길다. 오는 길(?)에서 만난 배에서는 큰 파도를 느끼지 못하지만, 해안에 도달하면 소멸되면서 높은 너울을 일으킨다. 이러한 파장이 긴 파도가 저기압이나 태풍보다 먼저 해안에 도착하면서 바다가 우는 소리처럼 들리는 해명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 김병권 남극 장보고기지 의료대원
▲ 김병권 남극 장보고기지 의료대원

/김병권 남극 장보고기지 의료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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