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 차근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게 지구를 위한 탄소중립 첫걸음입니다.”
'1.5℃의 약속, 탄소중립 안내서' 기획 기사를 시작하면서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 시작했다. 처음부터 일회용컵 사용을 하지 말자는 목표를 잡으면 당연히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는 알았기에 소소하게 줄이는 것부터 해보기로 했다. 기사가 나가는 약 3개월간 절반의 성공을 이루고, 절반의 실패를 맛봤다.
회사에서 다회용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책상 한쪽에 포장지로 곱게 쌓인 상자를 뜯어 언제 받았는지 모를 컵을 세상 밖으로 꺼냈다. 새파란 바탕색에 촌스러운 로고가 박혀 있는 컵은 석 달 동안 단짝이 됐다. 원래 출근을 해서 플라스틱 코팅이 된 종이컵에 달달한 커피를 타서 먹고 버리고, 새로운 종이컵을 또 뽑아서 물을 마셨을 것이다. 하루에 종이컵을 최소 2개 이상을 쓰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기대하지 않고 시작했던 이번 다짐은 큰 효과를 안겼다.
회사에서 다회용컵을 쓰기 시작한 3개월, 90일간 대략 180개의 종이컵을 아꼈다. 하루에 종이컵을 최소 2개씩 사용을 했다고 가정했을 때 말이다. 종이컵 1개를 만들 때 11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하는데 3개월간 1980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 것이다.
반면 회사 밖에서 다회용컵 사용은 쉽지 않았다. 매번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부득이하게 텀블러를 챙기지 못한 날은 카페에 음료를 주문할 때 다회용컵을 달라고 요청하는 게 최선이었다. 다짐이 완벽하게 성공하지 못한 이유다.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됐다.
탄소중립 실천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독자들에게 무리한 목표보다는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해볼 것을 권해본다. 작은 행동들이 모여 생각지도 못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아낌없이 베푼 지구를 위해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아진 탐사보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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