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수사 의뢰'에 의존…범정부 컨트롤타워 신설을

보험사 혐의점 포착·분석 한계 '빈틈 커'
조직·지능적 범행 대응 금융수사대 필요

보험사기가 갈수록 조직적·지능적 범행으로 발전하면서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지만 정작 이에 맞설 '범정부 컨트롤타워'가 부재해 금융·수사당국 감시망에 빈틈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보험 이미지./사진제공=연합뉴스
▲ 보험 이미지./사진제공=연합뉴스

▲보험사기 근절에 수사력 집중하는 당국

10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기 적발액은 9434억원으로 전년 대비 5% 늘었고, 자동차보험(4198억원)과 장기보험(4319억원)에 집중돼 있었다.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지난해 9만7629명에 달했으며, 이 중 사기액이 1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1만7452명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검사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취임 직후 3년 만에 수사기관과 합동으로 보험사기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은 지난달 전현직 보험설계사 25명이 보험사기에 연루된 사실을 적발하고 과태료와 영업 정지 등 제재를 내린 바 있다.

경찰도 이달 4일부터 10월31일까지 4개월간 보험사기 범죄에 대해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사건 수와 인원은 2017년 1193건(2658명)에서 지난해 3361건(1만1491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과 비교해 지난해 검거 건수는 2.8배, 검거 인원은 4.3배 늘었다.

주요 유형별로는 온라인으로 공모자를 모은 뒤 교통 법규 위반 차량을 상대로 사고를 유발하는 고의적 보험사기와 기업형 브로커와 병원이 연계된 조직적 보험사기 등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계곡 살인' 사건처럼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도경찰청별로 금융감독원과 보험협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계 기관과 '보험사기 수사협의회'를 열어 보험 범죄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해 단속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달 14일 보험협회의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보험사기근절을 위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방향 토론회'가 개최됐다./인천일보DB
▲ 지난달 14일 보험협회의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보험사기근절을 위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방향 토론회'가 개최됐다./인천일보DB

▲보험사 수사 의뢰 의존...범정부기구 시급

그러나 일각에선 갈수록 조직적·지능적 범행으로 발전하는 보험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범정부 컨트롤타워 설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보험사기는 다른 금융사기와 달리 교통, 의료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대부분 보험사기 적발이 보험사 수사 의뢰에 의존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안성준 손해보험협회 부장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방향'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실제로 대부분 보험사기 사건이 보험사 수사 의뢰에 의존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수사권이 없는 민영 보험사는 수사를 의뢰하기 위한 혐의점 포착과 분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전체 보험사기 중 극히 일부만이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민영 보험 자료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능동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범정부기구가 도입된다면 실효성 있는 보험사기 적발이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인천 남동을) 국회의원도 이 자리에서 “정부에 보험사기 대응을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 설치 필요성을 당부했다”며 “특히 최근 논란이 된 계곡 살인 사건처럼 보험사기는 보험료 인상과 같은 경제적 피해를 넘어 살인·방화 등 반인륜적 범죄를 유발하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날로 심각해지는 보험사기 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올해 초 보험 범죄 정부합동대책반을 구성·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인천지역에선 인천경찰청 내 '금융범죄수사대 신설'이 보험사기 문제를 해결할 묘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4년간 인천경찰이 적발한 보험사기 건수는 2017년 274건(보험사기범 531명), 2018년 156건(616명), 2019년 239건(766명), 2020년 388건(990명)으로 2018년부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처럼 인천청에도 보험사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독립적 수사대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웅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앞서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보험사기는 장기간에 걸쳐 수사해야 하는 난이도가 높은 사건이기 때문에 전문화된 수사력으로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인천지역 경제 규모와 금융시장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인천경찰청에도 금융범죄수사대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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