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폐지 '화물노동자판 최저임금' 핵심…정부 대응은]

전국 8000여명 총파업 돌입
의왕·인천 터미널서 출정식
차량 출입로 바꿔 혼잡 적어

정부, 안전운임TF 구성 약속
불법행위는 철저히 엄단 밝혀
국토부 화물운송 '경계' 발령
▲ 안전 운임제 일몰 폐지와 고유가에 따른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의왕 내륙컨테이너 기지 앞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화물노동자판 '최저임금제'라 할 수 있는 안전운임제 유지를 요구하며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참여 인원이 경기도 1000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8000여명을 넘어서면서 윤석열 정부 첫 노동정책 시험대란 관측이 나온다.

7일 화물연대 서경지역본부에 따르면 본부는 이날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DC) 1터미널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출정식에는 본부 소속 12개 지부 조합원 1000여명이 동참했다.

인천지역본부도 이날 오전 10시 중구 인천신항 선광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출정식에는 인천 지역 노동자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외에도 화물연대는 이날 전국 16개 본부별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첫날 동참한 조합원은 8200여명이다. 연대는 노조에 참여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파업한 화물노동자를 합하면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출정식에 앞서 새벽부터 1터미널 출입로를 대형 트레일러 차량으로 막은 뒤 '안전운임 사수', '일몰제 폐지' 등의 문구를 들고 피켓시위를 벌였다.

출정식 도중 진입로 4개 차로가 모두 통제되기도 했으나, 의왕 IDC가 파업에 대비해 물류량을 상당수 줄이고 집회 구간 외 다른 곳으로 차량 진·출입을 유도해 큰 혼잡은 없었다.

실제 이날 출정식이 진행되던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1시간 동안 1터미널을 오간 트레일러 차량은 1~2대 수준이었다. 의왕 IDC는 75만㎡ 규모의 컨테이너 야적장을 갖추고 매년 137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가 오가는 수도권 물류 허브다.

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 전 차종·전 품목 적용,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핵심인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가 받는 운임에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하도록 법적 근거를 둔 제도로, 2020년 한시법으로 제정돼 올해 말 기간이 끝나 폐지된다.

윤 정부 들어 첫 대규모 파업이지만, 정부와 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2일 국토부와 1차 교섭을 갖고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했으나 국토부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대 관계자는 “올해 말 한시법의 기간이 종료되는데 지난 1월 연구용역 초안이 나온 뒤에도 한참을 늦장 대응으로 일관했다면서 이제야 검토하자고 한다”며 “정부의 태도가 우리를 거리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안전운임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연대와 논의를 하겠다면서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포를 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5일 국정현안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면서도 “새 정부는 법이 허용하는 권리 행사는 확실히 보호하지만, 법을 위반하고 무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철저하게 엄단한다는 원칙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용자의 부당 노동행위든 노동자의 불법행위든 간에 (앞서) 선거운동을 할 때부터 법에 따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계속 천명해왔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토부는 위기 단계를 육상 화물운송 기능 마비 사태에 대한 위기 단계 4단계 중 3번째에 해당하는 '경계(Orange)'를 발령했다. 전국적 범위의 운송거부 사태로 확산될 경우 '심각(Red)'로 격상된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비상수송 대책본부장을 행정2부지사로 격상하고 도내 중점보호시설 3개소(의왕 IDC, 평택항, 군포복합물류터미널) 등의 동향 파악 및 자가용 유상 운송 허가 도입, 불법 방치차량 견인조치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창욱·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