⑴동원F&B 폐수장 개선 지연 ⑵인근 공공 하수처리장 ⑶무더위 '3단 콤보'…피해 민원 쏟아져
▲수원시청사. /사진제공=수원시
▲수원시청사. /인천일보DB

무더위 날씨에 수원시 일대가 극심한 악취 피해를 보고 있다. 폐수처리 시설 등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강한 악취가 발생, 주민들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수면조차 방해받고 있다. 수업이 한창인 학교에서도 학습권 침해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시는 각종 대책에 분주하지만, 중요한 해법인 개선공사는 더디기만 하다.

26일 수원시 행정동 주민자치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근 정자·천천·율전·이목·세류·망포 지역 등에서 악취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천천동의 경우 지난달까지만 해도 없었던 민원이 5월 들어 10건 이상 공식 제기된 상태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통조림 수산식품 등 제조업인 ㈜동원F&B 수원공장 폐수처리 시설과 수원시가 운영하는 공공 하수처리시설이 있는 곳이다. 이 일대 주민이 끊임없이 악취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동원F&B 수원공장의 경우 지난해 9월 기업 측이 약 47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폐수처리공법 추가와 악취 저감장치 설치 등의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3월 말 완공됐어야 할 공사는 지연을 거듭했는데, 지금은 공정률 약 50% 단계에서 멈춰버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폭기조'로 불리는 대형 탱크에 있는 2000여t 규모 폐수 슬러지(폐수처리 중 생기는 침전물)가 외부 공기와 닿는 채로 방치됐다. 햇빛까지 받은 슬러지는 빠르게 썩어 가스를 방출했고, 바람을 타고 아파트 단지 등으로 번져간 것이다.

주민들은 악취가 코를 찌르는 수준을 넘어 인분이나 하수구 냄새를 연상케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수차례 현장에서 주·야간 가릴 것 없이 조사한 수원시 담당 공무원들은 역시 주민 일상에 충분히 지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시 관계자는 “더운 시간대 떠오른 가스가 기압의 변화 등 요인으로 야간에 더욱 주택가에 도달하기 쉬워서 수면도 힘들어하는 주민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만 특별한 공정의 변화나 무단 하천 방류 같은 적발 건은 없었다. 지속 조사하고 강력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피해도 작지 않다. 870여명 학생이 다니는 한 초등학교는 이달 초 악취 탓에 수업시간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학부모·학생 불만이 솟구치자 동원 F&B에 항의했다. 23일에는 공사 진행 현황 등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전달했다.

주민 이모(57)씨는 “어른도 걱정이지만 학생들이 냄새 때문에 공부를 제대로 못 하고 있어 주민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급기야 집단 민원을 넣자는 여론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시 공공 하수처리시설 주변에 해당하는 세류동 등 지역 주민들 역시 악취로 골머리다. 공공하수처리시설은 노후화 판단 기준인 설립 25년을 지나 기준치 초과 악취가 수차례 발생한 바 있다. 시는 사업비 100억원 넘는 개선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악취는 화성시 병점동까지도 영향을 미쳐 이곳 주민들이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시설 이전을 촉구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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