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용 변호사·인천기본소득포럼 공동대표.

나는 10여년 전인 2010년 가을에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가 후반기 내각을 개편하면서 국무총리와 행정 각 부 장관을 개편하던 때였는데, 깜짝쇼로 내보인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전 경남도지사)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말바꾸기와 거짓말이 탄로나 날아가 버렸고,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인정받지 못한 신재민 문화관광부 장관 후보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도 낙마하였다. 모두 준비되지 않은 채 급히 말을 타려다 넘어진 결과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를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외교통상부 5급 사무관에 특채로 혼자 채용되었다고 알려지자 '공정한 사회'에 대한 의문과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돈 있고 권력 가진 자만이 판치는 세상, 죽어라 공부만 한다고 되지 않는 세상, 연줄이 있어야지, 학연, 지연, 하다 못해 군대 줄이라도 있어야지 하는 탄식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2년 다시 '지금은 공정한 사회인가' 되묻고 있다. 대선에서 공정과 상식을 내세워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이 요청한 국무총리 후보와 행정 각 부 장관 후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청문회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후보들에서 '찬스' 의혹이 제기되었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 '남편 찬스', 심지어 '셀프 찬스'까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아빠 찬스'는 후보자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기반으로 자녀가 대학입시와 취업, 병역 등에서 혜택을 입은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아빠의 든든한 뒷배경'이 주는 기회 이용이다.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가 정치, 경제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인맥과 학맥 등을 통해 기득권화된 특권세력이 주류로 자리 잡았고, 이제 그 특권이 자녀들에까지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많이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양극화되고, 특권을 누릴 기회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뉘어 있는 한, 점점 사회는 불신과 의혹이 판을 치게 되고, 그런 만큼 공정성은 뒷전으로 사라지게 된다.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가,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말한다. 무릇 정치는 이해가 충돌하는 세력들 간에 타협과 조정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공정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또 정치는 많이 가진 자에게는 사회를 위해 헌신할 봉사의 기회를 주고, 못가진 자에게는 주거와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 기준이 '공정성'이다. 많은 것을 조금 덜어 적은 데를 채우고, 비록 아빠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은 서로 다르지만 출발선은 공평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정치인 것이다. 정치만이 이것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는 예술과 같다. 정치를 잘하면 아름다운 것이다.

지금 윤석열 당선인이 추천한 국무총리 후보, 각 행정부 장관 후보의 '찬스' 의혹은 너무(!) 많아서 과연 이번 국회 인사청문회를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설령 넘는다고 해도 그 공정성이 의심되어 앞으로 윤석열 내각이 제대로 작동할지 모르겠다.

10년 전 이명박 정부가 공정한 사회를 외쳤지만 공정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윤석열 정부는 과연 공정한 사회를 외칠 수 있을까,

'공정한' 사회, 정말 좋은 말이다. 누구나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말을 하는 사람이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만이 진정 '공정한' 사회는 조금씩 다가올 것이다.

/김재용 변호사·인천기본소득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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