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과 숲에서 쑥쑥…자연과 함께 큰 꿈 키우는 아이들

양평군 용문면에 있는 조현초등학교는 혁신적인 교육으로 아이들이 많은 체험을 하며 자연과 함께 자라나길 원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높은 신뢰를 받는 학교다. 2년여 만에 다시 찾은 조현초 인근은 이런 신뢰를 반영하듯 곳곳에 전원주택단지가 건립되고 있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글로 조현초등학교의 활동을 전한다.

 

우리 학교를 소개합니다-학생편

“조현을 다니면 모내기의 달인이 된다.”

▲ 모내기 활동을 하고있는 조현초등학교 학생들.
▲ 모내기 활동을 하고있는 조현초등학교 학생들.

우리 학교는 유치원때부터 학교에서 모내기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추수 때는 벼 베기를 해서 저희가 직접 농사지은 쌀로 밥을 해 먹지요.

모내기는 보통 부모님들이 함께 오셔서 도와주시는데, 지난해에는 조금 특별했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모내기를 하다 보면 고학년이 돼서는 부모님 도움이 필요 없는 베테랑이 되기도 해요. 그래서 작년에는 1학년 동생들이 모내기하는 날에 부모님이 아닌 5학년 학생들이 직접 가서 모내기를 도와주었답니다. 학생이 학생을 도와주는 모내기는 처음 시도한 것이었는데, 부모님 도움 없이 동생들을 이끌고 모내기를 끝내니 정말 훨씬 더 뿌듯하고 즐거웠어요!

모내기를 하면서 친구들 동생들과 더 가까워져서 좋기도 하지만 거머리의 공격을 조심해야 하고 계속 구부리고 모를 심어야 하기 때문에...체력이 약하면 모내기 끝내고 뻗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안 비밀! 다른 친구들도 꼭 모내기 체험을 해 보길 추천합니다!

▲ 이은수 조현초 6학년
▲ 이은수 조현초 6학년

/조현초 6학년 이은수


 

‘숲 속에서 열리는 알콩달콩 시화전’

▲ 숲속에서 열리는 학교 시회전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학생.
▲ 숲속에서 열리는 학교 시회전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학생.

우리 학교 운동장에는 예쁜 ‘숲속교실’이 있어요. 가을이 되면 단풍 가득한 숲속교실에서 학년별로 시화전을 열어요.

시화전은 학생들이 겪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다양한 주제로 꾸며집니다. 큰 종이에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빈 공간에 정성스레 그림을 그려 글을 더욱 돋보이게 하여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참 즐겁고 창의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숲 속 시화전을 통해 다른 학생들의 글도 감상할 수 있고, 글을 읽고 공감하거나 재밌는 글로 웃을 수 있어서 기다려지는 활동 중 하나입니다.

시화전에 부모님들도 자유롭게 오셔서 감상하시는데, 보시고 나서 저희의 작품 한 켠에 맛있는 초콜릿과 사탕을 주고 가신답니다. 우리는 글도 쓰고 전시도 하고 맛있는 간식까지 먹을 수 있으니 1석 3조의 활동이랄까요! 아름다운 숲속교실에서 펼쳐지는 우리들의 이야기~ 한번 보러 오시지 않을래요?

▲ 박지완 조현초 6학년
▲ 박지완 조현초 6학년

/조현초 6학년 박지완


 

‘우리가 직접 만들어가는 학급 문집’

▲ 조현초등학교 학교문집
▲ 조현초등학교 학교문집

작년에 처음으로 우리 반 문집이라는 것을 직접 만들어 봤어요. 저학년 때도 학급 문집이 있었지만, 그때는 저희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모두 만드셨거든요. 4학년 1학기 초반부터 문집 만들기를 준비했고 우리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일기를 써냈습니다. 물론 강제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쓴 일기마다 선생님이 써주신 답글을 읽을 때는 항상 감동이 물밀려 왔지요. 왜냐하면 선생님께서 나의 장점을 찾아 칭찬도 해주시고, 나의 이야기에 정말 귀 기울여 주시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문집에는 우리들의 일기와 ‘온작품 읽기’ 활동을 하면서 쓴 글, 그리고 마지막에 선생님의 일기 덧글 편지와 부모님들의 편지까지 들어가 아주 완벽한 한 권의 책이 완성됩니다. 우리는 좀 더 두꺼운 문집을 만들고 싶어서 중간중간에 만화도 그려 넣었어요. 상상해서 만화를 그려 넣는 일이 문집 만드는 과정 중에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문집은 무려 256쪽! 함께 책을 만들면서 우리 반 협동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저학년 때 선생님 혼자 만드신 문집에 얼마나 정성이 들어가 있는지도 알게 됐어요. 4학년 때 문집을 만들었던 과정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주신 선생님, 너무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 양태희 조현초 5학년
▲ 양태희 조현초 5학년

 

/조현초 5학년 양태희

 


 

우리 학교를 소개합니다-학부모편

조현초 학부모 신문기자 일동

 

학부모가 만드는 학교 신문 ‘왁자지껄조현이네’

학교 신문을 학부모가 만든다고요! 학교 소식지 ‘왁자지껄조현이네’

조현 학교 신문 ‘왁자지껄 조현이네’는 학교-학부모-학생 간의 소통을 위해 학부모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만드는 소식지입니다.

학교 안팎의 크고 작은 소식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들,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의 자유로운 글, 환경 문제나 교육 철학 등등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주제에 대해 싣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조현 가족들이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신문을 만드는 것이 ‘왁자지껄 조현이네’의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전문가가 아니라 학부모들이 마음 모아 만들다 보니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따끈따끈 소식들을 담아 나오는 신문을 보면 그동안의 수고로움은 눈 녹듯 사라진답니다.
 


 

안전하고 활기찬 등굣길 지킴이 ‘학부모폴리스’

조현초 학부모 폴리스

조현 폴리스는 등하굣길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학부모 동아리입니다. 지역 특성상 많은 학생이 스쿨버스와 자가용으로 등교하기 때문에 학교 앞 교통 혼잡을 없애기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지요.

서울의 ‘녹색어머니’ 활동과 비슷하지만 조현에서는 동아리 형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온전히 자발적인 학부모님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집니다. 씩씩하게 인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학부모들과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더욱 활기차고 따뜻한 등굣길을 만들어내는 것이 폴리스 활동을 하면서 덤으로 주어지는 기쁨이지요.
 


 

책 읽어주는 엄마, 마음 ‘책맘’

▲ 조현초 책 읽어주는 엄마 동아리 '책맘' 모습..
▲ 조현초 책 읽어주는 엄마 동아리 '책맘' 모습.

내 자식에게 책을 읽어주듯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함께하며 2009년 시작된 동아리 책맘.

코로나 시국이라 아이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는 활동에 제약이 많아져 잠시 주춤했지만, 새로운 방향의 활동을 모색해 펼쳐가고 있습니다. 회원들 간에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함께 읽으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책 놀이 및 북 큐레이션 등 관련 연수를 받고 나서 이를 활용하여 아이들의 독서와 독후 활동을 지원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나가는 중입니다.

특히 지난해 시도한 북 큐레이션 전시에 아이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 얼마나 신이 났는지요! 올해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보다 활성화하고 계발해나갈 생각입니다. 아이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고 도서관을 자주 찾게 되는 것이 책맘 활동의 가장 큰 기쁨이자 보람입니다.
 


 

아빠들이 모여 만든 합창 동아리 ‘아빠합창단’

▲ 조현초 아빠합창단 모습.
▲ 조현초 아빠합창단 모습.

아빠가 학교에서 노래하는 모습이 아이에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아시나요? 조현 아빠합창단은 재학생 및 졸업생 아빠들이 모여 합창을 연습하며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모임입니다. 문화예술을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어울리며 발전하는 데 일조하고,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에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주며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지요.

또한 아빠와 함께하는 연습과 실전 공연을 통해 아이들에게 아빠의 사랑과 감성을 전하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조현가족축제 등 교내 행사뿐만 아니라 정기공연, 양평 합창페스티벌, 3·1절 기념행사 등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 중에 있습니다.
 


 

마을과 함께 어우러지는 학교를 꿈꾸며 ‘큰꿈교육사회적협동조합’

큰꿈교육사회적협동조합은 ‘마을에서 키우고, 마을에서 성장해 다시 마을로 환원되는’ 마을교육공동체를 위해 2015년 시작되었습니다. 경기도 내에서 유일하게 ‘방과후 돌봄교실’을 위탁 운영해 왔으며, 정규수업 이후 운영되는 ‘다함께 꿈터’를 통해 아이들이 돌봄 사각지대 없이 안전하게 학교에서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도교육청 어울림공간조성사업에 선정되어 ‘학교가게’를 준비 중인데,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동구매와 벼룩시장 등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사회적 경제 활동을 체험하고 교육 생태계를 확장해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가려 합니다.

▲ 큰꿈교육사회적협동조합

조합 설립 당시부터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큰꿈데이’는 단순한 간식 제공의 의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이들과 조합 구성원 모두가 나눔과 배려의 사회적 가치를 되새겨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큰꿈교육사회적협동조합은 학부모 동아리 활성화 지원을 통해 학부모들의 활동을 독려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자 합니다.
 


 

'새로생겼어요', 조현 꿈나무 도서관

▲ 조현초등학교가 혁신 공간 사업을 통해 만든 꿈나무도서관.
▲ 조현초등학교가 혁신 공간 사업을 통해 만든 꿈나무도서관.

조현초등학교가 혁신 공간 사업을 통해 철거예정이던 구령대와 로비를 잇는 도서관, 갤러리를 만들었다.

조현초는 지난 2020년 학교 공간을 바꾸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교육공동체 모두 공간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고민하고 연구했고, 학생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공간에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2층 복도 끝에 있던 도서관을 건물 중앙으로 옮겼다. 학생들이 등하교 때마다 도서관을 지나가며 어떤 책이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했고, 다양한 책을 큐레이션해 책에 호기심이 생기도록 했다. 접근성이 좋아지자 많은 학생이 도서관을 찾게 됐다.

조현초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갔다. 도서관 앞에 있던 구령대와 연결을 생각한 것.

도서관 벽을 허물고 바로 구령대로 갈 수 있는 문을 만들었다.

구령대에는 목재 데크가 깔렸고 학생들이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는 콘서트장, 학부모들이 소통하는 북카페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이곳에서 학생들의 시낭송과 독서사진 전시, 우쿨렐레, 칼림바 연주 등이 벌어졌다.

조현초는 꿈나무도서관을 향후 문화 예술 복합공간, 책을 읽고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 학생과 교사, 교사가 학부모가 쉴 수 있는 쉼의 공간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