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유일 공립 기숙형 위탁대안학교로 경험·성장 중심 교육과정 갖춰
진로체험·평화기행·봉사활동·상담 프로그램으로 주체적 청소년 육성
▲ 경기새울학교 학생들이 입교 직후 서로 알아가기 위해 함께 도미노를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경기새울학교

'나 자신을 사랑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학교.'

이천시 율면 오성리 시골 마을에 있는 경기새울학교는 도내 유일한 공립 기숙형 위탁대안학교다. 학교는 '마음이 다친 아이들'을 대상으로 1년간 중학교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일반 학교와는 달리 교육과정은 앉아서 하는 수업보다 체험하고 생각해보는 수업이 많다. 특히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고 스스로 말을 하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수업비도 전액 무료로 진행된다.

김문겸 교장은 “처음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무얼 해주려고 해도 외면했던 아이들이 한 마디씩 말문을 열어가고 나중에는 스스로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때 큰 감동을 한다”며 “힘들 때 절망하지 말고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걸 꼭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경기새울학교 건물 벽면에 설치된 클라이밍장. /사진제공=경기새울학교

▲사회에서 받은 상처 치유할 수 있도록…적응 돕는 학교

경기새울학교에 오는 학생은 대부분 처음에는 말수가 적다. 주변 환경에 상처를 받고 사회적 영향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라 더욱 그렇다.

수업에 참여하려는 의욕도 적고 수업 시간도 지키지 않는다. 또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자신의 잘못을 이해하기보다 타인의 잘못을 앞세워 비난하기 바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친구 관계도 녹록지 않다.

학교는 학생들이 입교했다고 바로 수업으로 몰아붙이지 않는다. 4주간 적응할 수 있는 '새울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편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처음 만나는 교장과 교사, 학부모와 친구들을 알아갈 수 있도록 만남 시간과 학교시설·프로그램을 안내해주는 활동을 세심하게 진행한다. 또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교직원 모두가 꾸준히 상담하고 심리 검사를 한다. 공동체 활동은 차츰 늘려간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3주간 개인 상담과 심리 상담을 서서히 늘려가며 단계를 높여간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한다.

김 교장은 “1주 정도만 아이들이 적응하게 되면 3~4주는 간다. 3~4주 가면 한 학기, 한 학기를 하면 1년을 적응할 수 있다”며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돌보면서 성장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새울학교 학생들이 주간 방과후 활동을 통해 기타를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경기새울학교

▲국어·영어 등은 40%만…마음껏 경험하기

경기새울학교는 특별한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다. 일반 학교에서 배우는 국어와 영어, 과학 등 일반적은 수업은 일주일에 6시간만 배운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경험'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노동의 보람과 협업의 가치를 일깨우는 목공과 제빵 수업,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연극과 공간디자인 수업,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체육 수업과 스포츠 클라이밍 수업 등이 모두 학교 내에서 진행된다.

또 일주일을 시작하면서 서로를 칭찬하며 마음을 여는 '미라클 모닝', 나의 꿈을 찾고 자존감을 세우는 상담 활동과 진로 탐색도 활발히 벌어진다. 직업 세계를 탐색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가치를 습득하기도 한다.

수업 시간이 끝난 후에는 '달빛 교육활동'을 한다. 바리스타 교육, 전통 떡 만들기 체험, 팀워크 활동, 문화예술공연 관람, 문화예술체험 등을 한다. 물론 학생이 원하면 기숙사에 있는 운동기구로 운동하거나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취미 활동도 할 수 있다.

▲ 경기새울학교 학생들의 문경세재 통합 기행. /사진제공=경기새울학교

특히 학교는 '학교 밖' 체험을 강조한다. 말 그대로 '수시로' 학교 밖 세계로 나간다.

통합 기행은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팀을 꾸려 여행지를 선정하고 예산 편성, 기획, 답사, 여행,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여행이다. 교과 수업과 연계해 사전 계획을 발표하고 수정, 기행, 보고서 작성까지 학생이 책임진다.

평화기행은 3박 4일간 제주도로 떠나는 여행이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해 제주도 4·3사건 흔적 등을 찾아보며 평화의 가치를 깨닫는다.

나의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기도, 노래를 제작하기도, 음악회를 열기도 하며 척수 장애인과 함께 수원 화성 등을 둘러보며 봉사의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학부모·마을·세상과 함께하는 특색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학기당 1회 학부모성장 나눔 활동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상담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으며, 1박 2일간 학생과 함께 새울의 학교생활을 경험해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또 학부모 힐링데이를 개최해 교육 결과물을 함께 보고 감사편지를 전달하는 활동도 한다.

학교가 있는 오성리 마을과 하는 활동도 있다. 마을 지도를 제작하고 마을 콘텐츠를 제작·판매하는 마을 행사를 기획하며, 초복데이 삼계탕 나눔행사, 김장나눔행사를 벌인다. 목공 시설을 마을 주민과 함께 활용하며 공동체에 대해 체험한다.

 

▲ 경기새울학교 학생이 학교 텃밭에서 감자를 심고 있다. /사진제공=경기새울학교

▲여기가 학교?…박물관도 야영장도 되는 경기새울학교

경기새울학교는 정원 수 60명의 작은 학교로 분류된다. 그런데 학교시설은 작지 않다.

4만188㎡(1만2156평) 규모 학교 용지에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 연면적 5245㎡(1587평) 규모의 3층 학교 건물 외에도 야영데크, 야외 목공동, 학교 텃밭, 비닐하우스, 뒷산을 이용한 산책로 등이 있다.

뒷산 산책로는 학생들이 잘못했거나 생각할 일이 있을 때 조용히 오가는 길이다.

3층 규모 학교 건물에도 카페와 목공실, 음악실, 미술실, 보건실, 도서실, 심리검사실, 모래놀이실, 상담실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학교 벽에는 클라이밍 시설도 만들어져 있다.

특히 모든 공간을 학생들과 함께 꾸몄다.

계단에는 예쁜 하트를 그려놓고 답답할 수 있는 방화문에는 기린과 원숭이 등 동물을 그려 넣었다. 학교 복도에도 아이들이 직접 가져온 칡과 식물, 종이로 만든 작품 등이 가득하다. 또 평소 생각과 불만사항을 써놓는 낙서장이 되기도 한다.

기숙사는 3인 1실로 사용한다. 저녁 시간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간에는 각종 운동기구에서부터 당구대, 컴퓨터, 노래방 기기 등이 비치돼 있다. 올해는 기숙사 방에도 가구를 설치하고 벽에 그림을 그려 넣는 등 상상력을 기르는 방으로 만들 계획이다.

 

▲ 경기새울학교 학생이 '학교에서 1박2일' 행사를 하며 스스로 먹을 것을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경기새울학교

▲경기새울학교에 입학하려면?

경기새울학교는 교육을 위탁하는 대안학교로, 학생들은 원래 학교 학생 신분을 유지하면서 새울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기존 학교에서 졸업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학생 모집은 매년 3월 초와 4월 말, 8월 말 3회 할 수 있으며, 무학년제 통합학급 3개 반을 운영한다. 상황에 따라 한 학기 위탁도 가능하다.

 

 

[인터뷰] 김문겸 경기새울학교 교장 “경기새울교육 통해 학습 의욕·자존감 회복”

▲ 김문겸 경기새울학교 교장이 학생들이 각종 생각을 적어둔 칠판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경기새울교육을 통해 잃어버린 학습의욕과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김문겸 경기새울학교 교장은 “학생 스스로 자기 존재감을 상실하고 학습에 흥미를 잃고 선생님들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그러면서 학교로부터 멀어지고 가기 싫고 짜증을 내는 학생들을 많이 봤다”며 “(아이들이) 계속 거기에 묻혀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라만 봐야 하는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의 존재감을 깨워주고 자기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해 다시 원래 학교로 돌아가서도 중심적으로 리더가 돼 살 수 있다”며 “비단 학교가 아니더라도 내가 가치 있는 꿈을 통해 살 수 있는 학생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위한 학교가 경기새울학교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지난 2010년 소위 '문제아'가 많았던 용인 한 고등학교에서 재직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이는 교육봉사활동으로 이어졌고, 경기새울학교로 오게 된 계기도 됐다.
김 교장은 “경기새울학교는 학생보다 선생님 수가 더 많다. 훨씬 더 많은 조언과 치유와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부모님 이상으로 선생님과 친하다”고 말했다.
또 “교과서 외에 상처를 치유하고 돌봐줄 수 있는 상담사, 사회복지 선생님도 있다”며 “다른 학교보다 훨씬 더 다가갈 수 있고 아이들을 세심하게 돌봐 성장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장은 “치유와 돌봄을 통해 배움과 학습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며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리, 배움의 자리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