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 절반 이상 보류·취소
특별실 '제2·3서재초' 나올 수도
평택 서재초등학교에 설치된 모듈러 교실. /사진=오원석 기자
모듈러 교실. /사진=오원석 기자

교육당국이 과밀학교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모듈러 교실'이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계획한 학교 중 절반 이상이 학교 논의 과정 중에서 보류하거나 취소를 결정했다. 심지어 모듈러 교실을 설치한 곳도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인천일보 2021년 9월 14일자 1면 과밀학급 83개교 '이동식 모듈러 교실' 도입 검토>

8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교육청은 학급당 학생 수가 28명을 넘는 420개교를 대상으로 과밀학교 해소 사업을 계획했다. 이중 83개교는 모듈러 교실 설치를 통해 교실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사업비 792억원을 확보하고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 논의 과정 중 절반이 넘는 52개교가 모듈러 교실 설치를 보류했고, 31개교에서만 203개실 규모의 모듈러 교실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도입도 늦어지며 올해 3월 1일 기준 모듈러 교실 설치 학교는 5개뿐이다.

모듈러 교실은 이동식 교실로, 공장에서 골조와 마감, 기계 및 전기설비 등을 갖춘 규격화된 건물을 완성하고 현장으로 운송해 단순조립·설치해 완성하는 임시 교실이다. 실제 공사 기간은 1주일 남짓으로 공사를 위한 민원 부담 등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모듈러 교실 설치하려면 유휴 공간이 필요한데, 일선 학교 대부분이 운동장에 설치할 수밖에 없어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이 사라진다는 단점이 불거졌다. 여기에 다가 기존 교실과 형태가 달리 앞뒤가 아닌 양옆이 길게 만들어지는 등 원활한 수업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또 교육부가 소방청과 업무협약을 맺어 모듈러 교실도 학교 본관과 같은 일반 건축물과 동일하게 완공검사 및 안전관리 등을 하기로 했으나, '가건축물'이란 이유로 소방안전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이런 이유로 학부모들은 모듈러 교실 설치 후에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평택시 서재초등학교는 학부모와 논의를 통해 모듈러 교실을 들여왔으나, 이후 학부모가 단체 행동을 통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결국 이들은 모듈러 교실을 일반교실이 아닌 특별실로만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학부모들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제2, 제3의 서재초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도교육청은 모듈러 교실 도입 계획을 수정하거나 학부모 설득에 나서야 하는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교육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학생 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학교 증축을 할 경우 나중에 공간활용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는 모듈러 교실을 들여놓는 가장 큰 이유인데, 학부모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입장에서는 모듈러 교실을 보다 확대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다만, 학부모들의 반대와 우려 등으로 추가 도입 계획은 아직 없다”며 “향후 학교 주도로 학부모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