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8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 공식 선거전이 시작됐다. 23·24일 이틀간 후보 등록이 실시되지만 후보자 대부분은 첫날인 23일 아침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후보자들은 선거 전날인 오는 8월7일 자정까지 선거운동을 펼치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게 된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은 수도권과 영·호남, 제주의 13개 선거구에서 실시되는 데다 오는 12월 치러지는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갖고 있어 각 당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나라, 민주 양당은 이미 대통령후보와 총재들이 전면에 나서 격전을 벌이고 있어 선거전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가 그랬듯이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도 후보자들의 공약은 아예 실종된 채 중앙당 차원의 정치공방이 판을 치고 있다. 어렵사리 의장단을 구성해 개원한 국회가 의정활동의 장이 아니라 정치공세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다.
 반면 유권자들의 관심은 지난 지방선거 때와 다를 바 없이 냉랭하기만 하다. 13개 선거구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데도 선거가 있나 싶을 정도로 유권자들이 무관심하다는 것이 각 당 관계자들의 말이다. 게다가 휴가철까지 겹쳐 있어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50%를 밑돌고, 최악의 경우 40%에 못미칠 수도 있다고 각 당은 보고 있다.
 이처럼 유권자들이 무관심한 원인으로는 선거가 휴가철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지독한 정치혐오에서 찾아야 한다. 유권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자세로 정치공세에 혈안이 돼 있는 정치판의 모습은 지난 지방선거 때와 하등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월드컵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후 우리 사회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계획을 마련한다고 떠들던 각 당이 선거판에서는 구태를 재현하고 있으니 유권자들의 정치기피가 더 심해졌을 수도 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이번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에 의한 선거 혁명’은 불가능해 보인다. 싫어도 투표를 해야 정치판을 바꿀 수 있다는 당위는 또 공염불로 끝나고 말 판이다. 유권자들이 투표로 정치혐오를 극복해내는 때가 언제쯤 올지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