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38개 특수학교·2230개 특수학급 중 설치 교실 전무
아이들 사고 땐 해결 어렵고 교사는 잠재적 가해자로 몰리기도
학부모들 靑 청원 통해 어린이집처럼 법 개정·설치 의무화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장애아동 학부모들이 특수학급·특수학교 내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CCTV를 설치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린이집처럼 특수학급·학교에 있는 학생들 다수도 의사소통능력이 부족해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경기 동부에 사는 김승아(가명)씨는 지난 2020년 말을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기억한다.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이 학교에서 심각한 괴롭힘을 당한 것이다. 올해로 20살이 된 승아씨의 아들은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다.

2020년 10월의 그 날도 아들은 손에 피가 맺힌 생채기를 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평소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의 손등을 뜯거나 무는 행동을 보여 속상한 마음에 “누가 학교에서 때렸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아들이 한 말은 “선생님”이었다.

충격이었다. 4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고민을 거듭했다. 문제를 제기했다가 자칫 아들이 갈 학교가 없어지면 어떻게하나 하는 공포가 앞을 막았다.

고민 끝에 보낸 카톡을 시작으로 드러난 정황은 참혹했다.

담임은 스스럼없이 '꿀밤'을 때렸다고 했고, 같은 반 아이들은 자주 아들을 때리고 있다는 말을 했다. 부리나케 찾아간 학교로부터 결국 사과를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더 커졌다.

11월 중순, 학교를 다녀온 아들이 샤워하며 돌연 비명을 질렀다. 급하게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음경포피에 2㎝ 크기의 잘린 상처가 있었다. 흉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어느 날은 팔에 커다란 멍자국을 달고 집에 오기도 했다.

다른 학부모에게 호소를 시작했다. 그러다 부모와 말이 통하는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선생님이 얘는 때리고 싶으면 때려도 된다고 말했다”는 말을 듣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증거가 없었다. 같은 반 학생의 증언은 의사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가해가 의심됐던 교사는 불기소 처분됐다.

 

#경기 북부에 사는 안유선(가명)씨는 딸이 학교에 갈때마다 불안하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딸의 의사 표현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딸은 무언가 표현을 하고 싶을 때 “으으”하는 소리를 낸다. 유선씨는 좋아서 내는 소린지, 싫어서 내는 소린지 알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구분하지 못한다.

특히 학교에 갈 때 가장 불안하다. 직장도 그만두고 하루 대부분을 딸과 함께하지만, 학교에 가는 시간에는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16살인 딸은 이미 성인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신체가 발달했지만, 정신연령은 3살 수준이다.

TV에서는 장애아동이 성범죄의 대상이 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온다. 거기에는 꼭 의사표시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형이 됐다는 내용도 들어간다.

딸이 커갈수록 유선씨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5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38개 특수학교와 2230개 학교 특수학급에 CCTV를 설치한 교실은 한 곳도 없다. 이곳에는 의사소통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장애아동 1만9989명(2021년 기준)이 재학하고 있다. 설치 근거는 있지만,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학교 CCTV설치는 행정안전부의 '공공기관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준용한다. 가이드라인은 구성원 100% 동의를 받아야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수학교 등은 대리인인 학부모와 교직원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인권침해 논란과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반면, 어린이집은 2015년 영유아보호법이 개정되며 100% 설치가 의무화됐다. 의사소통능력이 떨어지는 유아들을 아동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에 경기지역 장애아동 학부모들이 법개정과 CCTV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장애학생과 특수교사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특수학급에 CCTV를 설치해주세요'란 제목으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용인에 사는 장애아동 학부모라 밝힌 청원인은 “특수교육을 받는 장애 학생들은 의사소통 방식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학생과 학생, 학생과 지원자, 학생과 교사 간 등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 특수교육현장의 현주소”라고 밝혔다.

이어 “장애학생 가족들은 지원자와 교사, 상대학생을 의심하고 잠재적 가해자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많은 진통과 반대가 있었지만, 어린이집에도 아동과 보육교사를 위해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특수학교·학급에도 CCTV 설치 의무화를 해달라”고 청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특수학급·학교 내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은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법적 근거가 없어 현재는 학교 현장에 맡겨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