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태어나 한국서 자라
적응도 벅차 '진로결정 혼란'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난 중도입국학생이 진로 결정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도입국 청소년이란 외국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학창시절 국내로 오는 청소년으로, 올해 기준 전국 다문화학생의 5.9%(9443명)에 달한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27일 우수보고서 '중도입국 청소년의 학교생활'을 책으로 엮어냈다. 책은 연구원이 중도입국 학생의 실상을 조사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교육통계 등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학생은 지난 2012년 4만6954명에서 2021년 16만56명으로 급증했다. 교육통계는 이들 다문화학생을 한국에서 태어난 학생과 외국인, 중도입국 청소년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할 경우 외국어와 한국어를 모두 할 줄 아는 인재가 될 수 있지만 많은 학생이 한국 적응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도입국 후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10명과 이주배경청소년 관련 전문가 4명을 상대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생 10명의 국적은 중국 5명, 필리핀 2명, 우즈베키스탄 2명, 러시아 1명 등이다. 대학교 진학 3명, 취업 3명 등 6명의 학생이 진로를 정했고 3명은 취업준비, 1명은 본국귀환으로 진로를 정했다.

인터뷰에서 이들은 ▲학교 부적응으로 인한 갈등 ▲언어소통능력 습득의 어려움 ▲인적 네트워크 약화 ▲진로설정 혼란 등을 호소했다.

한 졸업생은 “1년 동안 한국어 공부를 했지만, 수업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며 “맨날 울면서 공부했다”고 밝혔다.

또 한 전문가는 “(중도입국학생에게는) 내가 여기서 뭔가 진로를 고민해서 도전하겠다는 자체가 의미 없는 고민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진로설정에 혼란을 겪다 보니 학급이 올라갈수록 교육에 대한 희망수준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취학률과 비교해 중도입국 청소년의 취학률은 초등학교 때 0.9%p 낮아 큰 차이가 없었지만, 중학교 2.8%p, 고등학교 3.6%p로 커지더니 대학교는 14.8%p나 격차가 발생했다.

연구진은 “우리 사회에서 경계인으로 삶을 살며 선택을 반복하는 중도입국 청소년의 삶은 녹록지 않다”며 “중도입국청소년의 진로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