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통합·정책 제안…'집단지성의 힘' 배우다

올해 교육진로·문화예술·인권안전·행정환경·사회복지교통 '상임위' 활동…안건 1개씩 제출
▲ 용인청소년교육의회 위원들이 정책발표회를 하고 있다.

용인교육지원청은 올 한해 민주주의를 체감하고 민주시민으로의 역량을 기르는 '용인청소년교육의회' 활동을 했다. 만 10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이 참여한 교육의회는 용인 관내 청소년이 권리의 주체로서, 지역 교육 관련 정책에 직접 참여하고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의회민주주의 회의 기구다. 올해는 교육진로, 문화예술, 인권안전, 행정환경, 사회복지교통 상임위원회 등 5개 상임위로 나눠 활동을 전개했다. 올 한해 위원들은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의견을 좁혀가며 상임위별 1개 안건을 최종 안건으로 제출했다.

용인청소년교육의회 위원들이 정책발표회를 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행정환경상임위 “학교폭력 사각지대를 없애주세요”

행정환경상임위원회는 '용인시 학교 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CCTV 설치'를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꾸준한 교육으로 학교폭력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은 모두 인지하고 있지만, 교육과 함께 실제 학교폭력으로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 2020년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1000명당 학교폭력 피해유형 응답 건수는 언어폭력 4.9건, 집단따돌림 3.8건, 사이버폭력 1.8건 순으로 조사됐다. 용인시에서도 한 고등학교에서 20여명이 넘는 학생이 한 학생을 상대로 학교폭력을 저질러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상임위는 이런 상황에서 현재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학교의 대응이 충분한지를 고민했다. 학교 내에 CCTV가 설치되더라도 학교폭력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곳에만 설치되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상임위는 순수 학교폭력 예방 목적인 CCTV를 보다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안은 용인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 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추가 예산을 편성하고 추가 CCTV를 설치해 교내 학교폭력을 예방한다. 또 CCTV 설치를 확대해 만약 범죄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증거확보를 할 수 있어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봤다.

상임위는 “CCTV추가 설치를 통해 아직 어리고 가능성도 무한한 학생들의 행복하고 안전한 학교생활을 만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용인청소년교육의회 교육진로상임위원회

▲교육진로상임위 “흥미 떨어지는 자유학년제를 개선해주세요”

교육진로상임위원회는 '용인시 자유학년제 개선방안'을 안건으로 채택했다. 자유학년제의 내실을 꾀하자는 이유에서다.

안건은 상임위 위원 각각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중학교 1학년 1·2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토론·실습 위주의 참여형 수업과 직장 체험활동 등의 '자유학기제'에 참여하면서, 대다수 위원은 흥미가 저하됐다. 딱히 관심이나 흥미가 생기는 프로그램도 없었고, 결정한 프로그램도 인원수가 초과해 친구와 떨어지게 할까 조마조마했던 기억만 남았다.

상임위가 자유학년제의 문제점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이는 드러났다. 학생 81.7%는 '자유학년제가 내 적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 28%는 '성적을 저하시켰다'고 답했다.

이에 상임위는 중학교 1학년 3월 초, 학생이 원하는 관심사를 조사하는 설문조사를 한 뒤 학생들의 관심사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학생의 관심사에 맞는 프로그램이 개설된다면 참여도와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에도 기초학력부진학생에 대한 보충교육 방법에 대해서도 제안했다. 기초학력진단평가 미달 학생을 대상으로 한 보충학생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돼 부진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학습코칭센터' 확대를 건의했다.

상임위는 “자유학년제의 취지는 학생의 꿈과 끼를 찾아주는 제도”라며 “그런 만큼 학생을 위한, 학생이 원한 활동이 되기 위해 학생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집중해 고민했다”고 밝혔다.

용인청소년교육의회 인권안전상임위원회.

▲인권안전상임위 “사이버 폭력을 줄입시다”

인권안전상임위원회는 '용인시 사이버 학폭 예방 방안'을 내놨다. 눈에 보이는 학교폭력은 줄어들고 있을지 몰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학교폭력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임위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늘면서 점점 단체 톡방에서 따돌림, 욕설 등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봤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없는 사이버폭력은 정신적으로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들의 사회적 관계 형성과 심리에 악영향을 끼치는 반영구적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상임위는 근본적인 대응과 처벌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놀이'로 가장한 사이버 학교폭력, 경각심이 사라진 사이버 학교폭력의 피해율 증가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상임위는 사이버 학교폭력의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2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학교에서는 인성교육 강화가 우선이라고 봤다. 가해자도 모르게 일어날 수 있는 사이버폭력을 스스로 옳은 일인지 옳지 않은 일인지 판단해 행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사이버폭력을 구분할 줄 알고, 처벌받는다는 것을 깨달아 자연스럽게 사이버폭력의 피해를 줄이는 것을 노렸다.

지자체에서는 버스 광고 등을 통해 사이버 학교폭력의 정신적·사회적 악영향을 알리고 피해 학생들을 위한 전담인력과 상담지원 등을 요구했다.

용인청소년교육의회 문화예술상임위원회.

▲문화예술상임위 “코로나 블루로 힘든 학생들에게 지원을 해주세요”

문화예술상임위원회는 '용인시 청소년 코로나 블루 지원 및 극복에 관한 방안'을 제안했다.

상임위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우울과 무기력, 고립감 등 심리적 고통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심리상담 확대화 초기 치료비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근거로는 여성가족부가 통계청과 함께한 '2021청소년 통계조사' 결과를 들었다. 2020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만 9~24세 청소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코로나19 이후 학교생활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청소년은 48.4%였고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은 11.4%에 불과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청소년 46%가 코로나19로 학업 스트레스가 증가했다고 했다.

상임위는 코로나 블루로 인해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이 줄어들고 스트레스나 고민을 함께 나눌 친구가 없어져 무기력감에 휩싸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코로나19 통합심리 지원단에 쏟아지는 상담이 많아 지연되거나 제대로 상담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봤다.

상임위는 학교 주관과 지자체 주관의 두 방법을 제안했다.

학교 주관으로는 교내 행사를 부활시켜 사복 데이 및 포토존 설치, 실시간 방송으로 교내 행사 보기, 학년별 체육대회 개최, 투표함 설치, 온·오프라인 행사 공유 등으로 학생들에게 재미와 호응을 유발하도록 제안했다. 간접적으로는 코로나 블루에 걸린 청소년을 상담하는 센터를 만들고 코로나 블루 자가진단 사이트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지자체 주관으로는 온라인 미술관, 박물관, 음악 공연 관람, 온라인 공연 시청 등을 할 수 있도록 활성화하는 것이다.

상임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불안과 우울감 등 심리적·정신적 고통인 코로나 블루를 극복해 청소년이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며 “또 지속된 펜데믹 상황으로 제한적인 문화예술 활동도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용인청소년교육의회 사회복지교통상임위원회.

▲사회복지교통상임위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들도 우리 친구에요”

사회복지교통상임위원회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확대 방안'을 제안했다. '용인시 학교 밖 지원 조례'가 있지만, 구체적인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상임위는 안건을 준비하며 학교 밖 청소년 A양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상임위는 A양이 인터뷰에서 학교 밖 청소년과 재학생 간 근본적인 교육 차이를 호소하고, 특히 검증되지 않은 매체를 통해 성 지식을 접하게 되고, 성교육 전문기관을 이용하려 해도 가격이 상당해 올바른 성교육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했다.

상임위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꿈드림'센터를 통한 올바른 성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이를 이용하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상임위는 “학교에 있는 학생들이 모두 똑같이 존중과 지원을 받듯이 학교 밖 청소년도 사회복지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이한영 용인청소년교육의회 의장

“의회민주주의에 관심 갖게 된 터닝포인트 같아”

▲ 이한영 용인한국외대부고 학생용인청소년교육의회 의장
▲ 이한영 용인한국외대부고 학생용인청소년교육의회 의장

“교육의회에서 활동은 교육정책가라는 저의 희망진로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도와준 '디딤돌'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용인청소년교육의회 의장을 1년간 맡은 이한영(용인한국외국어대학부설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1년간 청소년교육의회 활동 소감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 의장은 “용인청소년교육이회, 그것도 의장을 하는 것은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며 “용인시의회 의장님과도 만나보고 정책회의까지 마무리하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 기쁩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학기 초 담임교사의 공지에 처음 용인청소년교육의회를 알게 됐다. 학교당 2명까지 참여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곧장 반 친구와 함께 지원서를 냈다.

교육의회 활동을 하며 이 의장은 기본적인 지식만 알고 있던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이 의장은 “평소에는 의회민주주의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만 알고 있었습니다”면서 “그런데 8회차까지 활동을 진행하면서 정말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인시의회와 같이 진행한 활동 중 한 주무관님께서 용인시의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설명해주셨는데, 의회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의회 내에서는 교육진로상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상임위에서 그는 희망진로이기도 한 '교육정책가'로 활동하는 방법을 경험했다.

이 의장은 “교육진로상임위원회에서 위원분들과 함께 정책을 만든 활동, 시의회 의장님과의 만남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며 “서로의 의견을 통합하고 좋은 정책을 내면서 집단지성의 힘을 느낄 수 있었고, 시의회 의장님과의 적극적인 질의응답을 통해 좋은 가치관과 스킬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의장으로서 여러 가지 활동에 중심적으로 참여했는데,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고 뜻깊었습니다”며 “앞으로 혹시나 이런 기회가 또 생긴다면 언제든지 하고 싶습니다”고 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