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철탑서 단식농성
경기교육감 만남 간절해
▲ 최진선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지부장이 22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주차장에 설치된 철탑 위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왜 안되는지 이유라도 명확히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겨울이 시작되는 추위가 덮친 22일 아침. 최진선씨는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주차장 앞에 세워진 철탑 위에서 눈을 떴다. 그는 발도 채 다 뻗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은 '위드 코로나'로 학생들이 전면등교를 하며 학교가 붐비는 날이었다. 반면 철탑 위는 지난 19일부터 최씨가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경기지부장이자 두 딸의 아빠인 그를 6m 높이 철탑 위에서 만나봤다.

1970년생인 최 지부장은 5년 전 학비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노조 활동을 하기 전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이뤄진 노조라 안정적일거란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달랐다. 지난 5년간 3번의 삭발 투쟁에 이어 이번에는 철탑 위 단식 농성을 하게 됐다.

그가 올라가 있는 철탑은 여러 번 이어놓은 수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철탑 위는 3.3㎡(1평) 남짓한 공간이 있었고 사방이 뚫려 맹추위가 한몸에 느껴졌다. 그가 머무는 작은 공간에는 1인용 텐트와 생수, 오물통, 작은 의자 하나가 전부였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생각에 올라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전담사뿐 아니라 능동고 급식조리사 사고 등 경기도교육청과 대화해야 할 일이 한 둘이 아니다”면서 “그런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재선을 하고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해결방안을 말하지 않더라도 무엇이 어려운지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속시원하게 한 번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초등돌봄전담사 8시간 전일제 전환에 대해 학교 위주의 수요조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맞벌이 가정은 오후 5시 돌봄이 끝나면 대부분 한 타임씩 학원을 돌린다”며 “돌봄공백 때문인데, 학교에서는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오후 7시간 연장 수요가 없다고 하니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철탑에 달려있던 현수막과 비닐은 물론 철탑 구조물 전체가 휘청휘청 흔들렸다.

그는 “건설노동자로 일했고 원체 몸이 건강한 사람이라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면서도 “다만 여성 동지들도 단식을 하고 있어 장기화되면 안된다는 걱정이 가장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밤새 비바람이 몰아쳐 자기 전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밝은 햇살이 들어와 오히려 상쾌한 느낌을 받았다”며 “동지들 모두 용기를 내서 꼭 끝까지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