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연 540만원 지원하는데
해마다 의대 진학률 높아지자
미진학 포함 23명 조치 초강수

“과학영재 양성 취지에 어긋나”
내년 모든 영재교 의대희망자
대입지도 미실시·기숙사 제한

경기과학고등학교가 의과 계열 대학에 지원하거나 합격한 학생들의 장학금을 전액 돌려받았다. '과학영재 양성'이라는 학교 설립과 장학금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 진로를 택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의과 계열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기과학고 학생 비율은 매년 늘고 있다.

14일 더불어민주당 김경근 경기도의원(남양주6)이 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경기과학고 의학계열 대학진학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과학고는 올해 2월 졸업한 126명의 학생 중 23명이 학교에 다니며 받은 장학금 전액을 회수조치 했다. 학교 설립 취지와 다르게 의과 계열로 진학했거나 지원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학생 중 10명은 진학을 하지 않고 지원만 했는데도 장학금이 회수됐다. 일부 반발도 있었으나 현재 모두 회수를 완료한 상황이다.

과학고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른 과학영재학교로, 과학영재 발굴과 교육을 목표로 하는 학교다. 이를 위해 학생 1인당 연구와 국제교류협력, 진로체험 지원비 등을 명목으로 장학금 539만5000원을 3년간 지급한다.

그러나 과학고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모이는 곳이란 인식이 여전하면서 의과 계열 진학을 위해 과학고로 진학하는 경향이 확인되고 있다.

실제 경기과학고 졸업생 중 의과계열 대학에 진학한 비율은 지난 2018년 6.7%에서 2019년 8.7%, 2020년 10.3%로 매년 늘고 있다. 올해도 3학년 학생 126명 중 21명(16.7%)가 의대 진학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과학고는 2018년 신입생 모집 요강에 '의대 계열 지원 시 재학 중 받은 장학금 등 지원액 전액 회수, 교원 추천서 작성 불가' 등을 명시했고, 올해 졸업생에게 처음 장학금 회수 조치를 했다.

전국 8개 과학영재학교 중 서울과학고와 광주과학고도 이같은 장학금 회수조치를 하고 있다. 또 내년부터는 모든 과학영재학교가 의과계열 대학 진학 희망생에게 ▲진로 진학 지도 미실시 및 대입 추천서 제외 ▲학점 표기 없이 석차만 기록된 학교생활기록부Ⅱ 제공 ▲의학계열 대학 지원 확인 시 정규수업 외 기숙사·독서실 이용 제한 등의 강력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

김경근 경기도의원은 12일 도교육청 교육과정국을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학교 설립 취지와 맞지 않게 (의대 진학이) 늘어나면 과학고가 (의과 계열 대학) 입학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며 “다른 학생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철저하고 완벽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