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선으로…세상 바꾸는 방법 익히다

비판적 사고로 시·도 교육 정책 개선안 고심
참정권·자치역량·통일교육 등 연수 진행도
▲ 부천 청소년교육의회 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천교육지원청
▲ 부천 청소년교육의회 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천교육지원청

“긍정적 변화를 만드는 경험.”

부천교육지원청은 청소년교육의회를 통해 학생들이 교육정책의 대상으로만 머물지 않고 주체로서 교육정책을 평가하고 직접 입안해 제안하는 의회민주주의 경험을 노리고 있다.

나아가 민주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배우고 눈앞의 시험과 대학입시에만 매몰되지 않고 주인으로서의 삶을 설계하고 지역과 국가, 세계, 지구 전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5월 올해 의회 운영을 시작한 부천청소년교육의회는 교육과 인권, 통일, 환경의 4개 상임위원회로 나눠 활동했다. 6개월 간 9회의 모임을 통해 안건을 만들고 세상을 바꾸는 방법과 책임감을 익혔다.

부천시와 경기도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학교에서 바라보는 것과 또 다른 시선으로 부천시와 도의 교육정책을 바라보고 비판적인 사고로 개선 방안을 고심했다. 이는 교육정책이 미처 닿지 못하는 현장의 문제를 정책으로 알리고 교육정책이 학교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또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소양을 기르기 위해 참정권과 자치역량, 통일교육 등에 대한 연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임영은 부천교육지원청 장학사는 “청소년교육의회는 교육정책의 수혜자인 학생이 대상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고 주체로서 교육정책을 평가하고 직접 입안, 제안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의회민주주의를 경험하고 나아가 민주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의회 운영을 도우며 학생들이 정말 바쁘게 살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많이 알고 고민도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참여하는 학생들이 보다 많아져 구체적이고 현장맞춤형 교육정책이 제안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 부천 청소년교육의회 학교급별 대표위원들이 당선증을 받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부천 청소년교육의회 학교급별 대표위원들이 당선증을 받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올 한해 상임위별 제안 안건은 …

교육위 '자유학기제 자치운영위 구성'

인권위 '수행평가·비교과 활동기간 조정'

통일위 '토론·축제 등 참여형 통일교육'

환경위 '일회용 쓰레기 증가 개선 방안'

▲ 부천 청소년교육의회 위원들이 경기도의원과 정담회를 하고 있다.
▲ 부천 청소년교육의회 위원들이 경기도의원과 정담회를 하고 있다.

부천청소년교육의회는 올 한해 논의를 통해 학생 중심의 안건을 도출해 교육지원청과 부천시 등에 제안한다.

교육상임위원회는 '자유학기제에 교육 3주체의 참여와 학생의 학습 선택권 보장을 위한 제안 및 조례안'을 내놨다.

교육상임위는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자유학기제의 프로그램 수가 적고 다양성이 떨어져 실효성을 느끼는 못하는 문제점을 확인했다. 중학교 2, 3학년과 고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자유학기제 만족도를 묻는 문항에 50.2%만 만족했고, '자유학기제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엔 14.5%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도 34%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또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거나 흥미가 없는 곳으로 진로체험을 가는 것이 오히려 시간적, 물질적 손해라고 아쉬워했다는 인식을 확인했다.

교육상임위는 ▲자유학기제 학교자치운영위원회 구성 ▲진로 유무에 따른 프로그램 선택권 제공과 함께 이를 담은 '경기도교육청 자유학기제 학교자치운영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조례안'을 제안했다.

상임위는 “자유학기제 학교자치운영위원회는 학교 상황에 맞게 프로그램을 논의하는 공동체”라며 “교육 3주체간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아직 진로를 찾지 못한 학생을 돕고 참여 학생의 불만족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권상임위원회는 '부천시 수행평가 및 비교과 활동기간 조정 방안'을 제안했다. 논술과 발표, 모둠 과제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하는 수행평가가 시험기간과 겹치는 등의 문제로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을 해결코자 했다.

상임위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총 108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75%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견을 듣고 학생이 교사와 함께 의견을 조정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교사가 계획한 수행 일정을 학생들에게 공개하면 설문 조사를 통해 의견을 제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일정을 수정하는 것이다. 이 방안에 학생 90%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상임위는 “수행평가 일정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은 학생들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고 공부를 더욱 돕기 위해 이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통일상임위원회는 '참여형 통일 교육'을 제안했다. 이는 학생들이 어린 세대가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재 이뤄지는 영상 시청, 포스터 제작, 글쓰기 같은 통일 교육 방식에 학생들의 참여도가 낮은 점을 해결하고자 했다.

대다수의 학교는 현재 통일 교육을 창의적 체험학습 시간에서 할애해 운영하고 있다. 시간도 1시간 정도로 운영해 간단한 영상과 학습지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20년 11월 통일부와 교육부가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2020년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에서도 남북 분단 상황이 내 삶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답변은 31.5%에 그쳤다. 그 원인으로는 '교육자료 부족' 53.5%, '교육 목표와 방향성 혼란' 43.7%, '교육과정의 시수 부족' 40.9% 등이 지목됐다.

상임위는 참여형 통일 교육 방안으로 ▲토론형 통일 교육 ▲학생 자치회 중심 통일 축제 등 개최 ▲탈북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활동 ▲게임을 통한 통일 교육 등을 제안했다.

상임위는 “참여형 통일 교육을 통해 통일의 참된 의미와 이점을 학생들이 확립할 수 있다”며 “또 통일의 필요성만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쟁점을 이해하고 체험 활동 등 많은 활동을 통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더 많이 알아갈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상임위원회는 '코로나19와 온라인 쇼핑 확대로 인한 일회용품 쓰레기 증가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상임위는 ▲친환경 신소재 개발기업·친환경 기업에 대한 경제적 지원 ▲환경 교육 시수 증가 및 교육 내용 확충 등을 방안에 담았다.

상임위는 “일회용 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를 개인의 문제를 넘어 모두가 당면한 과제”라며 “특히 환경교육은 개인적 실천의식을 만들어내고 작은 실천이 모여 큰 결실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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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령 부천청소년교육의회 의장

“해마다 발전해가는 정책 제안에 감회 새로워…다양한 목소리 꼭 필요”

“열정과 책임감을 보이는 청소년교육의회 동료 의원들을 보며 오히려 제가 강한 동기부여를 얻게 됐어요.”

송내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오다령 학생은 올해 1년간 부천청소년교육의회 의장을 맡았다. 오 의장은 청소년교육의회 활동을 '결코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라고 소회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교육의회 활동을 해오면서 해마다 더 발전해나가는 정책 제안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며 “그런데 누군가를 이끌어야 하는 부담없이 자유롭게 학교와 교육 정책을 제안할 수 있을 의원이었을 때와 달리 의장이 돼 교육의회를 이끌 때는 교육 정책 전체에 관심을 기울기에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활동에서도 언제든 얻을 수 있는 흔한 경력보다는 이 활동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뜻깊은 여러 경험이 있었다. 저에게는 더 소중하게 느껴져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오 의장은 평소 학생 자치 활동과 사회 참여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이를 알고 있던 중학교 학생 자치 담당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2019년 처음 청소년교육의회에 참여하게 됐다.

3년간 의원과 상임위원장, 의장을 차례로 경험하며 의회민주주의를 직접 느끼고 능동적인 교육정책의 주체가 됐다.

그는 “선거권이 없는 대다수 학생들에게 의회민주주의라는 말은 잘 와 닿지 않는다”며 “하지만 청소년교육의회 활동을 하며 학생들은 학교생활, 또는 일상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제안을 하는 과정에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경험으로서의 의회민주주의를 직접 느끼게 됐다”고 했다. 이어 “청소년교육의회 활동을 교육정책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라 당연하게 여겼던 학생들을 바꾼다. 학생이 주체가 되는 아래로부터의 교육정책을 실감하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오 의장은 특히 여러 지역의 청소년교육의회가 모여 정책 제안을 발표한 경험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오 의장은 “토론회 전까지 제가 발표할 내용을 완벽하게 하려고 몰두하며 자연히 시야가 좁아졌었다”며 “부천시교육의회에서 나름대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하지도 못했던 다양한 정책제안을 들으며 조금 부끄럽게도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마다 다른 상황을 대회를 통해 제대로 인지하게 됐고, 편협한 관점에 갇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또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을 겪어 보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절히 느낀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소회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