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가 4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교조 경기지부

교육부가 추진하는 고교학점제 2023년 조기 도입에 교원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이 대학교처럼 원하는 강의를 선택해 이수하는 제도인데, 교원 수 부족이나 인프라 구축 등 먼저 완료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오는 2023년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부터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2023년 고등학교 1학년은 수업량 기준인 ‘단위’가 ‘학점’으로 전환되고 3년간 총 192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에 맞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어 다양한 진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교원단체는 정상적인 고교 학점제 추진을 위한 절대적인 교원 수의 부족뿐 아니라 농어촌지역 등의 인프라 구축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이날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학점제 시행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고교학점제의 선행 과제로 ▲교원 충원 ▲수능시험 자격고사화 ▲대입제도 수시 위주 전면 개편 ▲내신 상대평가 폐지 및 모든 과목 성취평가제 운영 등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 2020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진이 참여한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원수급 관련 쟁점’ 연구보고서는 고교학점제의 완전한 운영을 위해서는 8만8106명의 교원을 충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 감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교조는 학교현장의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과목 수를 늘리며 교사들이 여러 과목을 지도해야 하고, 과목 수가 늘어나 수업준비와 평가, 기록 등의 업무도 늘어나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또 자신의 전공과 관련이 없는 과목을 담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대입제도 전면 개편도 필수로 꼽았다.

현행 대입제도 하에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하더라도 다수가 진로보다 ‘대입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수학능력시험을 자격고사화하고 고교 과목이 상대평가가 아닌 성취평가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시작하고도 1년이 지난 2024년에야 대입제도 개선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고교학점제가 학생들의 과목선택권 확대를 위해 여러 고등학교를 이동하며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점도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에 도입할 수 없다는 점도 해결과제로 언급했다.

정진강 전교조 경기지부장은 “교육부 선전만 듣고 고교학점제가 마치 좋은 제도인 양 받아들이고 있으나, 대학입시제도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고교학점제 도입은 학교를 혼란으로 몰아갈 수 있다”며 “평가제도나 대입제도, 수업시수, 교원 정원, 교육격차, 민주적 과목선택과 교육과정 편성, 공통과목 및 필수 이수 단위에 대한 대책 없는 고교학점제는 허울뿐인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