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그 가족에게 있어 가장 요구되는 덕목은 바로 도덕성이다. 특히 권력을 갖고 있는 세력가일수록 그것은 더하다. 최근 대통령 아들들이 비리에 연루돼 잇달아 사법처리된 데 이어 4일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의 부인 주혜란씨가 분당 파크뷰아파트 사전승인과 관련, 시행사 대표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작금의 사태는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임 전 지사는 지난 97년 IMF사태를 전후해 새로 출범한 현 정권에서 한국이 IMF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나름대로 충실히 한 데 이어 98년 지방선거 때 경기도지사로 출마, 당선된 뒤 외자유치 등 도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경기은행 퇴출과정의 뇌물수수 논란으로 인해 비록 이번 6·13지방선거를 포기했지만 향후 경기도내에서 정치적 재기를 모색해왔던 임 지사에게 부인의 구속은 치명타로 작용될 것이 확실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6·13선거에서도 사상최저의 투표율로, 온 국민이 갖고 있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에 대한 혐오증이 그대로 나타났듯이 지금 우리 국민에게 있어 정치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현 정부를 포함한 여야 정치권 모두의 공동책임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들이 재직시의 불법 정치자금문제 등으로 구속된 것이야 본인들 문제지만 김영삼·김대중 두 대통령의 경우 재직 중 아들들이 구속되는 상황을 그대로 지켜봐야 하는 모습은 불쌍하고 안됐다는 생각보다도 많은 이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정치인, 특히 권력자들은 본인의 처신보다도 가족들의 관리에 보다 더 큰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리 본인이 정치적 운신을 잘 하고 큰 업적을 남겨도 주변 가족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잘못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듯 본인의 정치적 생명도 그걸로 끝이 나기 마련이다. 정치인들에게 가족의 도덕성은 생명이라는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