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500m 조치뿐 권한無”
서구 “김포시 법저촉 없어 회신
청 심의 대상 아니라고 판단”
건설사 “심의 구역 인지 못했다”
'김포 장릉 문화재 역사문화 환경 보존지역' 내에 위치한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19개 동 건설이 문화재보호법 위반을 사유로 중단된 가운데, 개발 사업 인허가 책임을 둘러싼 행정기관 사이의 '폭탄 돌리기'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청와대 청원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에는 일주일여 만에 12만명이 넘게 동참했다. 이들은 김포 장릉이 포함된 '조선 왕릉'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자격 박탈을 우려하며 “김포 장릉은 파주 장릉, 계양산의 일직선상에 위치하는 조경이 특징인데, 해당 아파트가 계양산 사이에 위치해 조경을 방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포 장릉 보존지역 내 아파트 신축 사업의 문화재청 심의가 이뤄진다 해도 유네스코 기준 충족 여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정부 대규모 공공 택지 개발 사업 일부인 검단 신도시 AA11·AA12-1·AA12-2 블록 내에 문화재위원회 심의 대상은 44개 동 가운데 19개 동에 불과하다. 김포 장릉 외곽 경계 500m 이내에 있는 아파트만이 최소한의 법적 기준인 만큼, 해당 경계를 넘어 지어진 건물에는 별다른 제재 기준이 없는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관련 법상 500m 이내라는 기준에 따라 조치가 이뤄질 뿐 더 이상의 권한은 없다. 추후 문화유산 보존에 대해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축 인허가 절차에서 행정기관의 안일한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서구는 지난 2019년 3개 건설사의 주택 건설사업계획 인허가를 내줬다. 서구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개별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천도시공사(iH)가 해당 부지를 건설사에 매각하기 이전인 2014년 김포시로부터 '현상 변경 허가 신청'에 관해 “문화재보호법상 저촉사항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는 이유다.
iH에 따르면 당시 부지 매각 이전인 만큼 건설사는 명시되지 않았으나 지구단위계획 등을 통해 해당 부지의 건폐율·용적률·층수 등이 기재돼 있었다. 김포시 관계자는 “향후 세부 개발 계획이 세워짐에 따라 문화재 보존지역의 현상 변경 허가 신청이 있을 것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후 서구는 시행자인 iH와 김포시 협의를 근거로 별도 후속 조치가 없어도 된다고 법리적으로 해석했다. 건설사에도 문화재위 심의 대상임을 안내하지 않았다. 2019년 공사를 시작했던 건설사 3곳은 지난 7월 문화재위 심의에서 “검토 대상 구역임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사 이후 2년 만인 올 초 아파트 건립 사실을 인지한 문화재청은 “불법행위”라고 규정하며 지난 7월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택지개발 현상 변경 허가와 별개로 건물 배치도·단면도·평면도 등 세부 자료를 통한 현상 변경 허가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앞서 2017년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개정으로 보존지역 내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위원회 개별 심의까지 거치도록 규정됐는데, 법령 개정 이전에도 추가 협의는 필요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문화재청과 서구의 입장이 정반대로 갈리는 가운데, 문화재청은 인천시를 향해 서구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인천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인허가와 관계된 기관별로 입장차가 명확하다. 향후 법리적인 해석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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