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피어나는 들꽃같은 아이들 자라는 학교
전교생 수요일 놀이교육 빨주노초파남보

싱어송라이팅·방송부·3D프린팅·하이킹
그림책 동아리 등 무학년제 동아리 운영

학교 시집 '꿈을 향해 나는 풍선' 발간 호응

“스스로 피어나는 들꽃같은 아이들이 자라나는 학교.”

가평 율길초등학교 정명희 교장은 “율길초는 학생들이 자율성 및 자발성에 기반해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교육하고 지원하는 어른들 또한 각자의 주체적 계획과 실행, 평가 반성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교육적으로 참된 학력을 기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학교를 소개했다.

▲ 정명희 교장
▲ 정명희 교장

가평군 상면 율길리에 있는 율길초는 지난 1934년 개교해 올해 74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 53명의 학생과 10명의 교원이 함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율길초는 '스스로 피어나는 들꽃 같은 아이들이 자라는 학교'라는 비전으로 다양한 교육적 시도를 하고 있다.

학교는 '놀이교육'을 강조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한 시간 동안 전교생이 빨주노초파남보로 팀을 나눠 팀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팀에는 1~6학년이 골고루 섞이며, 다음 주 월요일에 있을 어깨동무 동아리 활동에서 할 놀이 주제와 준비물을 정한다. 담당 선생님은 검토를 통해 준비물을 구입한다. 이를 통해 월요일 3~4교시에는 학생들이 정한 다양한 놀이 활동이 진행된다.

▲ 율길초 교표
▲ 율길초 교표

또 무학년제 동아리활동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싱어송라이팅부, YBS방송부, 그림책 만들기부, 율길하이킹부, 3D프린팅부서 등 무학년제 동아리는 삶과 연계된 다양한 학습 경험을 실천한다. 싱어송라이팅부는 음악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학생들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를 녹음해 음원사이트에 등재하기도 했다.

정 교장은 “교육에 있어 자발성은 학생들의 삶이 교육과 분리되지 않도록 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제라 생각한다”며 “학교교육과정을 통해 자치활동, 동아리 활동을 하며 아이들이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율길초 전경.
율길초 전경.

율길초는 올해 '꿈을 향해 나는 풍선'이란 이름의 시집을 발간했다. 시집에는 학생들이 1년간 겪고 배우는 많은 일을 쓴 시가 담겼다. 교과 수업 과제물, 숙제, 일기, 평가의 기록물, 평소 생각을 쓴 시 등이 모두 시집에 담긴다.

시집은 학생들만의 작품뿐만 아니라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행정실 주무관, 급식실 조리사 등 모든 학교 내 주체들의 작품이 엮인다.

정 교장은 “각자의 삶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학교 구성원을 포함해 학부모들까지도 공유해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감정을 공유하여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넓은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날개짓을 준비하는 우리의 아이들이 사람의 귀함을 깨닫는 친구들로 자라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 강성하 1학년 아름반
▲ 강성하 1학년 아름반

 

매운 걸 먹는 것은(매운 치밥이 점심 급식에 나왔던 날!)

-율길초 1학년 아름반 강성하

 

매운 걸
먹는 것은

아이언맨이
내 얼굴에다가
레이저를 쏘는 거예요.

 


 

▲ 윤현준  2학년 다운반
▲ 윤현준 2학년 다운반

 

학교

-율길초 2학년 다운반 윤현준

 

재미있는 학교
어린이들의 머리를 좋게 해주고
그래서 난 학교가 좋아
역시 학교는 재밌고 신나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고
아무튼 난 학교가 재미있어!

 


 

▲ 이강희  3학년 미래반
▲ 이강희 3학년 미래반

 

-율길초 3학년 미래반 이강희

 

빗방울이
춤을 춘다
노래 부르면서



시원하고 좋다
우산도 좋고
나는 비가 완전 좋다

 


 

▲ 성정호  4학년 드림반
▲ 성정호 4학년 드림반

 

자연

-율길초 4학년 드림반 성정호

 

자연에는 형형색색 예쁜 색깔들이 있다
빨강색은 노을이지는 풍경
주황색은 더운 여름날 쨍하니 떠있는 태양
노란색은 해변가의 바슬바슬한 모래
초록색은 푸릇푸릇한 숲
파란색은 숲에 흐르는 작은 시냇물
남색은 모든 걸 다 집어삼키는 캄캄한 밤
보라색은 남극에서 볼 수 있는 오로라
이처럼 자연은 웬만한 그림보다 아름다운 것이다

 


 

▲ 신지호  5학년 포도반
▲ 신지호 5학년 포도반

 

일제강점기

-율길초 5학년 포도반 신지호

 

투둑투둑 비가 오는 날
관순이와 투호하며 놀았다

일본순사가 나타나
조선말을 사용하지 말라하니

슬픔이 밀려오고
굴욕감이 밀려왔다

 


 

황태의 꿈

-율길초등학교 교장 정명희

 

뒷골이 당긴다며 머리 쥐어뜯을 때

후드득 의미 잃은 바람 세차고

'자유롭고 싶어'

권태로운 비명 분분하다.

 

이름 모를 도시의 남루한 재래시장

어물전 빛 들지 않던 구석

케케묵은 황태를 집어 들던 날

견고했던 익숙함은 낯선 신열로 아파온다

 

쫙-쫙 찢겨져

퍼얼펄 황태국으로

후루룩 숙취에 찌든 그의 속에 들어가

오장육부를 매만지면

동해 깊은 수층에서 춤사위를 날리던

싱싱한 명태가 다시 될 수 있을까

 

파도는 농익은 입을 벌린 채 기세등등한데

부서지는 포말 속 두들겨 맞은 황태 한 마리

설핏 모습을 드러낸 채 힘없이 떠밀려 간다.

 


 

네가 어떻게 포도가 된 줄 아니

-율길초 5학년 포도반 교사 임난옥

맨처음에 너는

보잘 것 없었어

 

체험나온 아이의

장난스런 손놀림에

바들바들 떨었지

 

인정없는 날씨탓에

흠뻑 젖고

세차게 흔들리고

뻘뻘 땀도 흘렸지

심장도 졸았을 걸

 

그런데 말이야

일년 삼백육심오일을

너만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는 걸 아니

 

매일 한결같이

이른 아침부터

일을 시작하는 농부가

니곁에 항상 있어 주었어

 

근처 학교 아이들이

너를 애지중지하며

다칠까 조마조마하며

너를 지켜봐 주었어

 

너를 감싸고 있는 종이가

너를 덮어주는 천정이

인정없는 날씨에 맞서 주었어

 

따뜻한 햇살이

시원한 바람이

너를 행복하게 만들었지

 

마침내는

달달함이 입안가득 퍼지는

보랏빛 건강한 포도가 된 거지

 


 

우리 집에만 뜨는 별

-율길초 4학년 박애린 학생 어머니

쪼꼬미 시절

넌 어디서 왔니 물으면

엄마 아빠별에서 왔지 하는

우리 집에만 뜨는 별

 

아침마다 가방 매고

반짝이며 인사하는

널 많이 사랑한단다.

 

오늘 하루도 재미있었다고

반짝이며 말해주는

널 많이 사랑한단다.

 

밤이면 반짝이는 두 눈으로

사랑해요를 말하며 잠이 드는

널 많이 사랑한단다.

 

세상 하나 밖에 없어

겨울 밤하늘 샛별보다 더 빛나는 널

별을 안고 잠이 드는 하늘보다

더 많이 사랑한단다.

 


 

아빠도 그랬어

-율길초 1학년 아름반 이하림 학생 아버지

아빠, 공부는 하기 싫어

응, 아빠도 그랬어

 

아빠, 나 운동장에서 놀고 싶어

아빠, 나 공부는 안 하고 노는 학교가 젤 좋아

 

하림아, 아빠도 그랬어

사실은 아빠도 회사 안가고 너랑 노는 게 젤 좋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