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인천 첫경기 전야제가 열린 지난 6월8일 오후 7시 인천 문학야구경기장. 전야제 기획을 맡은 정원호(31) 미추홀아트센터 사무국장은 무대 뒤편에서 곧 있을 공연이 제대로 이뤄질지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연이 큰 사고 없이 끝나고 나서야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한도의 숨을 쉬었다.
 “정말 다리가 풀리고 맥이 빠지는 것 같았어요. 몇개월간 마음 졸이며 보낸 시간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인천시민들이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힘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그의 전공은 국악이론과 평론. 제물포고를 나와 서울대 국악과를 거쳐 같은 학교에서 석사를 받았고 지금은 박사과정이다. 그동안 KBS1 FM에서 공연 리뷰를 맡는 한편 여러 장르의 공연을 기획·연출했다. 2000년 새로운 예술의 해 행사중 하나로 외국의 현대 행위예술가들을 초청해 연 `멀티아트페스티벌"", 설치 음향 예술가인 빌폰타나를 초청, 통영대교에 음향시설을 설치하고 퍼포몬스를 펼치도록 해 관심을 끌었던 공연 등이 그의 작품이다.
 인천 월드컵 행사와는 올 1월 인연이 됐다. 공연 컨셉은 `가족들이 모두 볼 수 있으면서 수준이 있는 무대""로 정했다.
 세계적인 성악가인 조수미씨의 이름이 우선 떠올랐다. 여러 통로를 통해 접촉하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제주도 등 몇몇 지자체들이 조수미씨와 소속사에 접촉을 했지만 한 건의 계약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6월 8일 다른 계획이 없고 인천 공연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아 2월초에 조수미씨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월드컵 관련 행사에 출연한다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다음은 대중가수의 섭외. 조씨 분위기에 맞게 조영남, 신승훈 등 중견 가수들을 섭외하거나 조수미·조영남·조성모의 조 트리오를 시도하자는 여러 논의 끝에 젊은 가수들이 선택됐다.
 다른 문제가 또 그를 막아섰다. 피파 공식행사이다 보니 제약이 따랐다. 야구장 내 광고판 중 피파 공식 후원사가 아닌 것은 모두 천으로 가려야 했다. 조수미씨에 관한 문제도 나왔다. 조수미씨의 소속은 워너뮤직. 이번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소니뮤직과 워너뮤직과는 경쟁관계다보니 피파 역시 조수미씨가 월드컵 공식 공연에 크게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아 공연 포스터에서 조수미씨의 모습은 작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인천에서 좋은 공연이 열렸어도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인천의 정서와 환경을 모르고 공연을 기획하고 마케팅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천에서 공연 기획자들을 많이 육성한다면 인천은 앞으로 문화변방지역은 안될 것입니다.”
〈이현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