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출신 인기 그룹, 아바는 “승자가 모든 걸 갖는다”(Winner takes it all)고 노래한 바 있지만 반드시 `승자""가 인생의 챔피언인 건 아니지 않을까. 승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현실의 진리로 작동하곤 하지만, `순진하게도"" 난 그렇게 믿고 사는 부류다. 이번 월드컵 경기를 지켜보면서도 나는 줄곧 그 확신을 되뇌이곤 했다. 스포츠 정신의 진수는 `페어 플레이""라고 하거늘, 좀처럼 그 페어 플레이를 목격하기 힘들어서였다.
 그 점에서 난 준결승전에서 승승장구하던 한국을 무찌르고 결승전에 진출한 독일 팀에 뜨거운 찬사를 보내련다. 우승 여부에 상관없이. 그들은 경기 내내 강자로서의 `의연함"" 내지 여유를 잃는 법이 거의 없었다. `더티 플레이""의 대명사로 각인된 이탈리아 팀 등 여타 유럽 강호들과는 질적으로 달라도 한참 달랐다.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펼친 카메룬과의 게임에선 전혀 딴판이었건만, 적어도 우리와는 그랬다. 경기 주심이 독일계 스위스인이며 두 부심마저도 유럽인이었다는 사실-난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강팀들이 한국에 패하자 오심 내지 편파판정 등을 들어 심판의 자질을 문제 삼았던 그 `잘난"" 유럽인들과 중국인들이 그처럼 말도 안 되는 처사에는 침묵한 이유를. 그 얼마나 아전인수격 불평이었던가!-이나 너무나도 단조로운 경기 스타일 등이 못내 불만스럽긴 했지만….
 곽경택 감독을 비롯해 `친구"" 사단이 다시 뭉쳐 완성시킨 `챔피언""을 보고 큰 감명을 받은 건 그래서였다. 영화는 반드시 승자가 챔피언이 아니라는 진실을 다시금,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같이 본 이들 중 더러는 재미없다고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그런 불만은 내게 그다지 대수롭게 비치지 않았다. 영화는 재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그 무엇을 전달하는데 성공했으니까. 대중성 위주의 오락 영화를 지향했을 법하건만, 흔치 않은 진정성이 배어 있으니까….
 20년 전 17살 적부터 영화화를 꿈꿔왔다는 감독은 여느 전기 영화들의 영웅화의 노선을 과감하게 탈피한다. 전작 `친구""에서 엿보였던 영웅주의적 시선을 기억하는 내게 그 선택은 정말 뜻밖이었다. 영화 속에서 비운의 복서 김득구는 영웅도, 권투천재도 아니었다. 그는 세상 그 무엇보다 정직해서, 오로지 몸 하나로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권투를 사랑했던 진정한 복서였다. 그러면서도 권투보다는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았던 진짜 인간이었다. 그러니 그 어찌 감동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영화적 미덕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그런 류의 영화들에 있기 마련인 감상성이나 최루성 눈물을 절제한다. 설사 감상의 기운이 느껴지더라도 감상주의로 흐르지 않으며 눈물 또한 물리적 눈물이 아니라 심리적 눈물로 승화한다. 완벽에 가까운 캐스팅이나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는 유오성 등 출연진의 열연 등은 기본이고….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