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제품이 어떤 것인가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1950년대 전반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인천 창영초등학교 상급반 시절 미국 공보원에서 제공하는 뉴스 영화를 통해서 질기고 유연한 새로운 제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플라스틱 제품인 주방용구를 신기하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후 1960년대 초 LG화학에서 나온 허리 운동 원형 플라스틱이 대량 생산되어 보급되면서 플라스틱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인류가 화학적 합성을 통해 공업화를 성공시킨 최초의 플라스틱은 1907년 벨기에 태생의 미국 화학자 베이클랜드 박사가 만든 페놀수지였다. 1869년 미국의 하이어트 씨가 상아로 만들던 당구공을 셀룰로이드로 만든 기록이 있지만 완전한 합성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최초의 플라스틱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 후 1937년 미국 듀퐁사의 칼 로저스 박사가 나일론을 발명하여 본격적인 플라스틱 시대가 개막되었으나 초기 플라스틱의 주요 원료는 석유가 아니라 석탄이었다.

▶그 후 플라스틱 제품 등은 대량 소비의 상징이자 총아로 등장했다. 특히 일회용품 보급 초기에 환경적 성찰과 합의과정 없이 편리함만을 추구하다보니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제품 소비의 대표적인 국가가 되었다. 유럽 플라스틱 제조자협회(EUROMAP)가 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소비량은 61.97㎏으로 나타났다. 연간 88.2㎏을 사용하는 벨기에에 이어서 두번째로 많이 쓰는 국가이며 대만, 이스라엘, 체코가 한국의 뒤를 따르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플라스틱의 남용으로 지구 생태계가 파괴되고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로 인식되고 있으나 대책과 효과가 지지부진한 것이 문제다. 더구나 플라스틱 폐기물은 다른 쓰레기와는 달리 자연분해되지 않는데 심각성이 더 크다. 심해에 사는 고래의 위장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되는 것을 보면 그 심각성은 극한점에 달한 느낌이다. 자연순환연대에 따르면 2015년에 한국에서는 210억개의 비닐봉지가 사용되어 일인당 1년간 420개를 사용했다는데 이는 독일의 6배 아일랜드의 20배 핀란드의 100배에 달하는 소비라는 것이다.

▶덴마크의 조립식 장난감 레고는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시제품을 공개했다. 바비인형을 만드는 다국적기업인 마텔도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해 '바비는 바다를 사랑해'라는 새 제품을 출시했다. 자동차 장난감으로 유명한 매치박스도 99% 재활용된 아연과 플라스틱 소재로 신제품을 내놓았다. 재활용 업체 그린무브에 따르면 폐기되는 플라스틱 중 장난감 비율은 30%에 달한다고 한다.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MZ세대도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등에 민감한 만큼 완구업계의 시도가 확산되고 한국에서도 일회용 제품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되었으면 한다.

 

/신용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