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채우고 떠난 가슴 속의 공허함을 어떻게 이겨내지요?”
 한달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잔치가 며칠 후면 막을 내리게 되자 벌써부터 잔치 후의 공허함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과 터키의 3·4위전이 29일 열리게 됐건만 독일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확신하며 열렬한 응원을 펼쳤던 시민들에게 한국팀이 결승에 올라가지 못한 것은 못내 서운한 일이었다. 게다가 오는 30일 벌어지는 결승전마저 끝나고 나면 흥겹게 즐기고 했던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에 허탈함까지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직장과 가정에서는 `축구를 못보고 어떻게 살아가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푸념이 담긴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한달 내내 어디에서나 축구를 주된 화제로 서로 토론도 벌이고 즐거워도 했기 때문이다.
 “결승에 못 올라 간 것도 그렇지만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다.”
 공무원 이모씨(45)의 말이다. 축구동호회다 뭐다 해서 직접 그라운드에서 뛴 경험은 없는 이씨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경기를 보며 열렬히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즐거웠기 때문이다.
 한달 내내 응원하며 지낸 열정을 버리기 아깝다는 이씨는 이제 프로야구 경기에 취미를 붙일 생각이다. 축구는 비록 끝이 나지만 야구장을 직접 찾아 열심히 응원을 보내고 축구가 떠난 공허함을 프로야구로 다시 채우겠다는 각오다.
 “`대~한민국"" `오~필승코리아"" `슛~골인""이 귓가에 맴돌아요.”
 붉은 티셔츠를 입고 누구보다 열심히 한국팀을 응원한 대학생 최준형씨(21·인천시 남구 용현동)도 나름대로 후유증을 염려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소리쳤던 흥분이 그냥 가라앉는다는 게 못내 아쉬워서다.
 최씨는 “매일매일 한국팀의 경기장면을 텔레비전으로 계속 반복해 보며 감정을 되살리고 있지만 마음은 벌써 4년 후 독일에 가있다”며 “붉은 티셔츠를 고이고이 잘 보관했다가 그때 입겠다”고 말했다.
 월드컵 응원 열기에 휩싸였던 학교들도 쉽게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한민국""과 `오~필승코리아""를 외치던 교실 분위기는 월드컵이 종반에 치달으면서 각 교실마다 어수선한 상태라 면학분위기 조성이 어렵다.
 부평S여중은 2주 뒤에 올 기말고사가 무척 걱정이 된다. 한달 내내 들떠 있던 아이들의 흥분이 아직까지도 식지 않은 터여서 이번 시험 성적이 어느 때보다 많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을 묶어낼 별다른 방법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교직원 김모씨(32)는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까지도 모두가 월드컵 기간 내내 축구 전문가들로 변신했다. 후유증은 교사들한테까지도 심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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