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얻은 값진 성과는 무엇보다도 당당한 응원문화가 저변에 깔린 성숙된 시민질서에 있었다.
 한국전이 있을 때마다 인천시민들은 붉은악마로 변신, 모두가 하나된 공동체 의식을 선보이며 한국선수들의 선전을 뜨겁게 기원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5일 열린 한국-독일 준결승전에서 보여준 인천시민들의 행동은 `승패""와 관계 없이 새로운 응원문화를 선보였다는데 주목을 끌 만하다.
 한국이 비록 석패로 결승진출이 좌절됐지만 인천문학경기장·야구장 등 곳곳에 모인 20여만명의 길거리 시민응원단들은 패배를 떨쳐버리고 당당한 응원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도 이날 패배로 인해 경기 후 불상사가 나지 않을까 긴장감마저 돌았지만 시민들의 질서는 선수들의 성적만큼이나 더없이 차분하고 성숙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히려 세계 강호들을 잇달아 물리치며 4강에 올라 전국 방방곡곡을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이게 했던 그날처럼 시민들은 패배의식을 보이지 않은 채 별다른 동요 없이 뒤풀이를 마감, 더욱 돋보였다.
 결국 꿈은 이뤄지지 않았어도 시민질서 의식을 새로운 차원에서 한단계 올려 아름답고 진정한 승리를 만들어냈음을 입증했다.
 게다가 패배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민들은 서로서로를 위로하며 엄두도 못낸 4강 신화창조에 놀라움을 되새기면서 패배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냈다.
 그동안 고군분투한 한국선수단의 선전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했으며 국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뛴 한국선수단에 아낌없는 격려와 박수를 보냈다.
 이에 앞서 열린 한국전 5경기에서도 시민질서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인천지역 등 길거리 응원전이 열린 곳에서는 목이 터져라 응원을 펼친 후에도 거리는 처음과 변함이 없었다.
 한국전이 펼쳐지는 동안 응원전으로 인해 너저분하게 깔린 종이 등 각종 쓰레기를 시민들이 정리하는 등 국내외의 뉴스거리가 됐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길거리 응원을 펼쳤다는 이기훈씨(44·자영업·서구 가좌동)는 “승승장구하는 한국축구에 기대를 걸었던 만큼 아쉬움도 적지 않았지만 국민을 하나로 묶어준 한국축구에 진정한 감사를 보낸다”며 “이번 한국축구가 뭐니뭐니 해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격스러울 뿐”이라며 즐거워했다.〈이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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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박민호씨(40·회사원·남구 용현동)는 “결승진출이 좌절돼 아쉬웠지만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룬 것만 해도 커다란 쾌거”라며 “이는 한국축구 역사는 물론 세계를 경악케 한 스포츠 사상 최대의 사건이기에 이를 기념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m
 특히 시민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최대의 성과는 한국축구의 신화창조와 더불어 온 국민의 하나된 결집을 세계에 알렸다는 점”이라며 “한국축구의 신화창조와 성숙된 시민질서는 29일 대구에서 열리는 마지막 3·4위전을 넘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